[서울파이낸스 이세인 기자]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고채 기반 ETF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이 장기물을 중심으로 채권 가격을 끌어내리자 주요 장기 국고채 ETF 수익률은 한 달 새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일부 30년물 ETF는 같은 기간 10% 가까이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국고채 3년·10년·30년물 금리가 연이어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장기물 중심의 채권형 ETF가 크게 흔들렸다. 전날 'PLUS 국고채30년액티브'는 이달 들어 –2.55%, 'RISE KIS국고채30년Enhanced'는 –4.35%, 'KIWOOM 국고채30년액티브'는 –3.69%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 시 만기가 길수록 가격 조정 폭이 커지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중·장기물 비중이 높은 ETF들도 부진했다. 'RISE 국고채10년액티브'가 –1.42%, 'HANARO 32-10 국고채액티브'와 'WON 대한민국국고채액티브' 역시 각각 –1.33%, –1.75% 하락하며 약세 흐름을 보였다.
최근 증시 호황으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도 채권 투자 수요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형 ETF의 매력이 떨어진 가운데 코스피 강세까지 더해지며, 투자자들이 채권·파킹형 자금을 줄이고 주식·지수형 ETF로 옮기는 흐름이 강화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자금 동향에서도 확인된다. 13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만기매칭형 회사채 ETF인 'KODEX 26-12 회사채(AA-이상)액티브'에서 3667억원, 국고채 3년물을 추종하는 'KODEX 국고채3년'에서 2403억원이 순유출됐다. 전체 ETF 중 각각 1위와 7위에 해당하는 규모로, 장기채뿐 아니라 단기·우량 회사채 ETF에서도 동시다발적 자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 급등의 배경으로는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물가 둔화 흐름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한국은행이 조기 인하 신호를 내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 1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의 시기와 규모는 향후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밝힌 발언은 시장에서 매파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져 금리 상승 압력을 키웠다. 여기에 미국 금리 상승,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 부동산 시장 과열, 재정 부담 확대 우려 등이 겹치며 국채 금리는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 발언을 시장이 '금리 인상 전환 신호'로 해석하면서 단기금리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대된 점도 금리 급등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조정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채권 수급 환경이 올해보다 뚜렷하게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1~9월 국고채 발행이 월평균 21조8000억원으로 평년(15조7000억원)과 2025년(20조6000억원)을 모두 웃돌아 공급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같은 수요 기대 요인도 현재로선 명확한 호재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채 발행은 늘어나지만 이를 받아줄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금리 하락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내년 채권·ETF 시장의 반등 역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금리 안정 신호가 확인되기 전까지 채권형 ETF의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물가 흐름과 한국은행의 정책 방향을 주요 관전 포인트로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