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내년부터 일반채권시장의 매매수량단위를 기존 1000원에서 1만원으로 10배 상향 조정한다. 제도 개편 이후 일반채권시장에서 액면 금액 1만 원 미만인 '자투리 채권'의 장내 거래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투자자들의 대책 마련이 중요해졌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 말 전 증권사에 공문을 통해 일반채권시장의 매매수량단위를 조정하는 제도개편을 안내했다. '채권 매매 수량 단위'는 투자자가 한국거래소에서 채권을 사고팔 때 주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액면 금액을 의미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8월 간담회를 통해 관련 사항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고, 9월 말에 채권시장의 매매수량단위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각 증권사에 보냈다"며 "투자자 편의성 제고를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매매 단위는 내년 1월 12일부터 시행되며, 제도 시행일 이후 액면 금액 1만원 미만의 채권은 일반채권시장에서 매도가 불가능해진다. 이번 변경은 일반채권과 주식관련사채에 적용되며, 소액채권시장에는 변경이 없다. 일반채권시장에서는 국채, 금융채, 회사채 등 거래소에 상장된 대부분의 채권이 거래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채권의 '가격 표시 단위'와 '실제 매매 수량 단위'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다.
채권의 액면가는 투자자가 만기 시점에 발행자로부터 돌려받게 되는 원금으로, 채권의 표준 단위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채권의 가격은 액면 1만원을 기준으로 할인 또는 할증된 금액으로 표시된다. 9999원으로 표기됐다면 채권 가치가 1원(0.01%) 할인된 가격이라는 의미다.
수량 단위는 투자자가 실제로 매매할 수 있는 채권의 최소 액면 금액 덩어리를 의미하며, 기존에는 1000원 단위가 최소였다. 이 단위 불일치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문액과 실제 체결되는 채권 액면 금액 간 차이로 혼동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9999원으로 표시된 채권을 1000원어치만 사려면, 1만원 기준 가격을 10분의 1로 나눠 계산해야 한다. 그 결과 999.9원처럼 소수점 금액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투자자들이 실제 결제 금액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2007년에 개인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소매채권시장이 개설되면서 매매수량단위가 1000원으로 설정됐는데, 이후 2014년에 소매채권시장과 일반채권시장이 합쳐지게 되면서 매매수량 단위가 1000원으로 운영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문 액면 단위와 매매 수량 단위를 일치시켜 투자자들이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첫 번째 목적"이라며 "또한 수량 단위를 상향함으로써 거래가 쪼개지는 현상을 줄이고,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한 번에 체결될 수 있도록 유동성 측면의 부작용을 개선하는 것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개편 이후에 1만원 미만의 자투리 채권을 보유하게 된 투자자는 장내 거래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해당 채권을 장외 시장을 통해 매도하거나 혹은 만기까지 보유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다만, 장외 시장은 공식 호가가 공개되는 장내 시장과 달리 거래 투명성이 낮고 최적의 가격을 받기 어려우며, 특히 소액의 자투리 채권은 유동성이 떨어져 매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개편 시점을 놓치지 않고 자투리 채권을 처리할 수 있도록 미리 안내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자신의 채권 포트폴리오를 미리 점검하고, 필요하면 개편 전에 매도 또는 장외 거래를 활용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