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년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격변기를 정면으로 돌파해왔다. 전동화 전환, 공급망 재편, 정치적 변화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그룹을 흔들림 없이 이끌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퍼스트무버가 되겠다던 다섯 해 전 약속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오는 14일 회장 취임 5주년을 맞는다. 그는 취임 이후 그룹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전동화와 브랜드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 기간 글로벌 판매량은 5위에서 3위로 뛰었고, 매출액은 60% 이상 늘었으며 순이익은 세 배 가까이 불었다. 올 상반기에는 사상 처음 글로벌 수익성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적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의 관세·세금 정책 변화 등 악재 속에서 거둔 성과라 그 의미가 크다.
정 회장이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제적 기술 혁신'과 '품질 중심 경영'이 자리한다. 그는 취임 직후 미래차 경쟁력의 핵심을 기술과 품질로 규정하고, 전통 제조 기반 위에 전동화를 심으며 글로벌 존재감을 키웠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등 첨단 역량을 접목해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 초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그룹 전반에 AI 인프라를 도입,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집중해 작업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학습하는 지능형 제어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를 두고 그는 최근 "우리의 정체성은 어떤 시험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에 있다"며 "AI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차(SDV)와 로보틱스 등 선도 기술을 통해 그룹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틀을 깬 인재 등용도 성과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국적이나 연령보다 역량을 우선시하며 글로벌 인재를 과감히 기용해왔다. 닛산 출신 호세 무뇨스를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송창현 사장을 SDV 총괄로 앉힌 것이 대표 사례다. 내부 중심의 전통적 인사 구조를 깨고 전문성 중심의 인재풀을 확대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239명을 승진시키며 세대교체와 성과주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젋고 능력 있는 40대 비중을 41%까지 늘리는가 하면,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신규 임원 64%를 40대로 채웠다.
이처럼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그룹은 뚜렷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나, 불안정적인 글로벌 경영 환경은 여전히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고율 관세다. 일본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15% 수준만 부담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올 3분기 관세 비용만 약 2조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이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5조8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 감소할 전망이다. 그룹 측은 "신차와 신기술, 가격 전략을 통해 이익 개선의 기회를 포착하겠다"며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미국 내 생산과 조달 비중을 높이는 현지화 전략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러한 대외 변수에도 흔들림 없는 지속 가능한 혁신 기조를 강조한다. 그는 올 초 신년사에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고객의 기대도 매일 달라지고 있다"며 "작년에 잘 됐으니 올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함은 혁신의 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확실성 속에서도 위축되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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