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올해 동국제강그룹은 임단협을 조기에 타결하고 현장 안정을 빠르게 가져왔다. 이를 통해 갈등으로 소비될 비용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강화와 강도 높은 감산으로 수익성을 지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내실 기반을 강화하는 동국제강의 선택과 집중은 최근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철강 업계의 선택들과 대비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그룹은 올해 초 임금·단체협약을 조기 타결하고 노사 안정이란 기반 위에 위기 극복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왔다. 현장 안정화에 따라 생산, 품질, 납기 등을 견고히 유지한 결과, 고객사와의 굳건한 신뢰 관계로 이어졌다. 아울러 고부가가치 제품 강화는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업계가 분석한 동국제강그룹의 위기 극복 전략의 핵심은 크게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립, 강도 높은 감산, 전략적 투자로 나뉜다. 동국제강은 포스코, 현대제철과 달리 해외 투자 보다 자사의 제품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수요가 뚜렷한 프리미엄 컬러강판과 같은 고부가 라인 비중을 키워 시장이 요동치거나 판매량이 일부 감소하더라도 수익성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실제 동국제강그룹 컬러강판 전문 회사인 동국씨엠은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올해 초 아주스틸 인수를 완료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 기반을 마련하고 핵심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력 강화와 더불어 강도 높은 감산도 병행했다. 시장 수요가 둔화할 때에는 라인 및 교대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가동률을 무리하게 끌어올리기보다 생산 공정을 손보고 보수 기간을 재정렬해 리스크를 줄였다. 최근에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원료 가격 상승이 겹친 시기에 인천공장 일부 가동을 중단을 단행했다. 전기로 중심 공정 특성상 전력비 민감도가 큰 만큼 상황에 따라 생산 속도를 조정하고 효율을 우선하는 운영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동국제강의 전기로 기반은 고로 중심의 철강사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낮다는 강점이 있다. 이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환경 규제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의미이며 향후 친환경 강재 시장 선점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다만 내수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전략적 확대 필요성은 높아져 가고 있다. 이에 미국, 유럽, 중동 등 다양한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수출 및 공급망을 다각화 할 방침이다.
이에 관해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은 지난 3월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수출본부' 출범을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동국제강의 수출 역량을 강화하고 대외 경제 상황에 맞춰 대응할 구상이다.
장 부회장은 "아주스틸 인수를 통해 폴란드와 멕시코의 코일 센터를 중심으로 한 확장 전략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투자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으며 트럼프 정부의 종료 시점에 맞춰 제철소를 건설하는 데 시기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단순한 절약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철강사들이 노사 갈등과 해외 투자 집중 등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동국제강의 방식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의 행보는 위기 상황에 대한 해답이 외형 확장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본업에 집중하며 쌓은 기술 경쟁력과 노사 단합으로 높아진 실행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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