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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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시멘트 회사들이 2분기에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원자재 가격 불안정, 환경 규제 강화 등 ‘삼중고(三重苦)’로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 공급 확대 및 정비사업 활성화 기조에 더해 하반기 수도권 지역 내 대규모 공사가 시작되면 시장이 조금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5개 시멘트사(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삼표시멘트·성신양회·쌍용C&E)의 올 2분기 수익성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감소폭이 가장 컸던 곳은 한일시멘트로, 무려 55.6% 감소했다.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475억원이고, 매출은 18.2% 감소한 407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40억원으로 67.5% 감소해 순이익 감소폭도 가장 컸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건설경기 불황으로 건설 현장이 없어서 출하량과 매출액이 줄었다"면서 "작년에 영업이익이 높았던 데 따라 역기저효과가 반영돼 감소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성신양회는 유일하게 매출액이 늘었다. 성신양회는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4.6% 늘어난 3354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224억원으로, 36.4% 감소했다. 순이익은 26.8% 줄어든 175억원을 기록했다. 쌍용C&E는 올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514억원, 2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8%, 29.7%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4.5% 감소한 4082억원이었다.

아세아시멘트 역시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뒷걸음질쳤다. 2분기 매출액은 7.2% 줄어든 2743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405억원과 23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7%, 34.3% 감소했다. 삼표시멘트의 경우 2분기 매출액이 17% 줄어든 1778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9.5%, 29.9% 감소한 284억원, 183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시멘트 회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한 이유는 극심한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요가 급감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집계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내수 출하량은 1888만t으로 전년 대비 17.4% 감소했다. 조사가 시작된 1992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로, 33년 만에 처음으로 2000만t대가 무너진 것이다. 업계에선 “사상 최악의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는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로 투자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단 점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충북지역 시멘트 업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2025년 135ppm에서 2029년 115ppm까지 단계적으로 줄이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개정 대기관리권역법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하고 올해부터 본격 시행했다.

이에 시멘트 업계는 제조 공정에서 생산되는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장치인 SCR(선택적 촉매환원) 설립을 위해 수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주요 시멘트사가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쏟은 설비 투자 비용은 연평균 4302억원으로, 이는 같은 기간 이들의 연평균 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강화된 환경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환경설비 구축은 시기상 건설경기 상황이나 연동된 업계 경영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적용이 어렵다"며 "향후 안정적인 생존 기반 마련이 더 우선이므로 건설현장 가동 중단 증가에 따른 매출 감소와 손실 확대에도 불구하고 환경투자를 최대한 유지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역시 밝지 않다. 건설 경기의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 하반기부터 대규모 건설 사업이 하나둘씩 착공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큰 흐름을 바꾸긴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공급 정책이 나오긴 했지만 실제 현장이 진행돼야 시멘트가 투입되고 출하가 느는데 영업 현장에서는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회복이 가능하다는 건 전제일 뿐이고 현재로선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실적 악화가 시작된 만큼 전년 대비로는 하락폭이 줄어들 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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