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토교통부가 건설기계 수급 조절 논의에 착수하면서, 16년간 신규 등록이 제한돼 온 콘크리트(레미콘) 믹서트럭의 증차 여부가 주목된다.
기존 차주들은 건설 경기 악화를 이유로 증차 제한 유지를, 레미콘 업계는 공급 부족·운반비 급등·시장 왜곡 심화를 이유로 신규 진입 허용을 주장한다. 특히 그간 수요 예측 부실, 위원회 편향 구성, 현장 의견 미반영 등이 제도의 허점으로 지적된 만큼 올해 결론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주관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는 이달 중 2026~2027년 믹서트럭을 포함한 건설기계 27종의 증차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결과는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연말에 고시된다. 이를 위해 올해 3월 발주된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구용역'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는 2009년부터 차주 생계 보호를 이유로 믹서트럭 증차를 막고, 2년마다 연장 여부를 결정해 왔다. 여덟 차례 심의 모두 제한 유지였으며, 2023년 결정 당시에도 "건설경기 부진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운반 사업자·노조는 "최악의 불황과 줄도산 위기 속에 차주 생계가 벼랑 끝"이라며 "공급이 늘면 임금·임대료가 더 떨어지고 덤핑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레미콘 제조업체들은 "차량 대수가 묶여 현장 공급이 불안정하고, 운반사업자의 과도한 운반비 인상이 계속된다"고 맞선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2009~2023년 레미콘 공장 수는 21.8%(893→1088개) 늘었지만, 믹서트럭 대수는 7.7%(2만959→2만2577대) 증가에 그쳤다. 운반비는 139% 뛰었다. 업계는 올해 건설현장 배치플랜트(BP) 규제 완화 이유 중 하나도 '차량 부족'이라고 본다.
신규 진입이 막히자 번호판 거래·마당비 등 기형적 구조도 자리 잡았다. 2022년 기준 번호판은 약 4000만~4500만원, 마당비는 최대 2000만원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차주 보호 취지였는데 번호판·마당비 관행이 생기며 본래 목적과 어긋났다"고 했다.
운전기사 고령화도 심각하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믹서트럭 기사 1만1418명 중 60대가 44.8%로 가장 많았고, 50대 34.4%, 40대 14.4%, 70대 이상 6.1%, 30대 이하 0.25%였다.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 수도권 대규모 공사 착공이 예정된 점도 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제조사는 불황기에도 용차를 써왔다. 계약 차량이 구조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SOC 예산 확대, 재개발·재건축, 3기 신도시 착공이 겹치면 수급 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중앙정부 일괄 규제 대신 지자체 주도의 수급 계획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2023년 국토부의 제한 유지 결정에 대해 감사원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수요 예측 연구 관리 부실, 위원회 편향 구성, 현장 의견 미반영 등으로 "제도가 정상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한 시장 규제인 만큼 찬반 의견을 모두 반영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감사원 권고도 수급조절안에 반영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