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사옥 전경.(사진=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 사옥 전경.(사진=포스코이앤씨)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시공능력평가 7위의 포스코이앤씨가 창사 4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잇단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를 포함한 징계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다.

특히 단순한 처벌이 아닌 기업의 존폐가 걸린 징계 방안까지 내세웠다는 점에서 업계도 충격에 빠졌다. 잇단 사고와 관련, 포스코이앤씨는 대표를 교체한 데 이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한편, 인프라 사업분야 신규 수주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건설 면허 취소(등록 말소)와 공공입찰 금지 등에 대한 내부 검토에 돌입한 상태다.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이 대통령 지시의 후속 조치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올해만 노동자 4명이 사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타하며 정부 부처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노동부는 포스코이앤씨의 시공 현장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서 반복 사고의 구조적·근본적 원인 규명과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도 지난달 말부터 100개에 달하는 전국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 대해 점검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엿새 만인 지난 4일에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국적의 근로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지자 이 대통령이 비슷한 취지의 지시를 재차 내리면서 강력한 제재는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건설산업기본법 등 법률 위반사항이 적발될 시 면허취소와 같은 최고 수위의 징계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 국토부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포스코이앤씨 등록 말소 가능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사에 면허기준 미달, 부정행위, 기타 위반 행위 등 사유가 발생한 경우 건설사의 건설 면허를 취소하거나 혹은 1년 이내의 영업 정지를 명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현장조사 결과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건설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 징계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1994년)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이 1997년 건설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사례가 유일하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토부는 광주 화정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 사고 이후인 2022년 3월 부실 사고나 불법 하도급으로 시민 3명, 혹은 근로자 5명 이상이 사망하면 지자체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곧바로 등록 면허를 말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의 취지는 부실시공, 구조물 문제에 따른 사망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에 포스코이앤씨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영업정지는 가장 현실적인 제재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2명 이상 사망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앞서 중대재해 사고로 비교적 최근에 영업정지를 받은 대형 건설사는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있다.

GS건설은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국토교통부로부터 8개월, 서울시로부터 2개월 등 총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최고 수준의 행정 처분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HDC현산은 2022년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사고로 지난 5월 서울시로부터 총 1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이들 건설사는 행정 처분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 거론된 공공분야 입찰 제한 경우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시에만 적용되지만, 조달청은 공공분야 입찰 자격 제한 요건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계약의 해제·해지 및 입찰 자격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밖에 사업주는 중대재해처벌법상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산업안전보건법상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잇단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5일 정희민 사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포스코홀딩스 안전특별진단TF팀장인 송치영 부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회사는 '안전 최우선 경영' 실현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신뢰 회복 전까지 인프라 사업 분야 신규 수주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신임 사장은 취임 첫 행보로 지난 6일 외국인 노동자 감전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 '광명-서울 고속도로 1공구' 건설현장을 찾았다. 송 사장은 이 자리에서 "당장의 경영성과 보다 가장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 대통령의 강경한 메시지와 정부 움직임에 초긴장 상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력한 처분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의 수위일지 두렵다"며 "중대재해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메시지를 계속 전하고 있는데 행정적 처분에는 기업의 안전관리 계획과 이행 여부 등 전제가 있는데 이 전제를 넘어서는 고강도의 처분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건설사들은 안전 관리를 가장 필수 과제로 삼아 예산과 투자, 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는 개별 기업이 아닌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문제도 있다"면서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 규제나 징계만 강화한다면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특히 면허 취소라는 강력한 제재가 이뤄진다면 기업과 협력사 등을 비롯한 업계 연쇄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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