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재편에 나선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직접 챙기며 글로벌 영토 넓히기에 나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4박5일간 인도네시아·홍콩을 방문해 해외투자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는 한편, 글로벌 사업 현장을 살핀다.

이번 해외출장 주 목적은 이달 28~30일 홍콩에서 열리는 해외 IR에 참가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주요 주주와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IR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 회장이 해외 IR에 나서는 것은 취임 첫 해인 지난 2023년 9월 영국 런던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당시 금융감독원, 지방자치단체, 다른 금융회사들과 공동으로 IR을 개최한 바 있다. 우리금융 단독으로 연 해외 IR에 임 회장이 참석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IR에서는 최근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승인을 받은 것과 관련, 향후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도약 의지와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킨 데 이어 올해 대형 생보사 인수에 성공, 숙원 과제인 '비은행 강화' 발판을 마련했다.

임 회장 주도 아래에서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성공한 우리금융은 큰 폭의 실적 개선과 외형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약 34조5000억원, ABL생명은 약 18조6000억원이다. 두 생보사가 우리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후 통합하면 자산 규모만 53조원으로, 생보업 5~6위권으로 단숨에 올라선다.

우리금융 역시 두 대형 생보사 인수로 신한금융을 제치고 자산규모 3위권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분기 기준 주요 금융그룹별 자산규모를 보면 △KB금융 1302조원 △하나금융 833조원 △신한금융 746조원 △우리금융 740조원 △농협금융 576조원 등이다. 또 두 생보사가 연간 4000억원 규모 순이익을 내는 만큼 큰 폭의 그룹 실적 개선도 가능할 전망이다.

임 회장은 홍콩 IR 참석에 앞서 26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우리소다라은행 등을 찾아 영업현황도 점검한다. 지난해 우리소다라은행 당기순이익은 568억원으로 우리금융 해외법인 가운데 이익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순이익 1위 베트남우리은행(616억원)과 함께 글로벌 핵심 축을 맡고 있는 만큼 현지에서 직접 경영 현황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지난 18일부터 일주일간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폴란드 바르샤바 등 유럽 주요 거점을 순회하며 현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

신한금융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 전략과 이행 상황을 공유하고 글로벌 수익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해외출장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실제 현장에서 진 회장은 미국 상호관세 조치, 한국 대선 등 우리 금융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와 이에 대한 그룹의 대응 전략을 공유하기도 했다.

해외투자자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해외 IR인 만큼 밸류업 진행상황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ROE(자기자본순이익률) 50bp 개선 △CET1(보통주자본) 비율 13.1% 이상 △주주환원율 42% 이상 달성 등을 밸류업 목표치로 제시한 바 있다.

진 회장은 이번 출장 중 글로벌 투자은행(IB)과 현지 진출 기업도 방문해 사업 확장 방안을 논의했다. 골드만삭스 경영진과는 자산운용 등 IB부문 및 자산관리(WM) 시너지 확대 방안을 공유했다. 에너지·인프라·방산 분야 신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선 현지 진출 법인, 코트라 관계자들과 만나 글로벌 시장 개척 밑그림을 그렸다.

진 회장의 경우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 가운데 해외투자자 소통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는 지난 2월에도 일본을 방문, 다이와증권·미즈호·SMBC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만나 그룹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이는 그룹의 글로벌 선두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한금융의 올해 1분기 글로벌손익은 2116억원으로 다른 금융그룹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크게 앞서있다는 평가다.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도 이달 19~23일 5일간 미국 보스턴·뉴욕·시카고를 찾아 해외 주주·투자자들과 소통했다. 지난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완료하고 올해 3월 DGB금융에서 iM금융으로 지주사 사명 변경까지 마친 만큼 시중은행으로서의 사업 재편 전략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역시 이달 말 싱가포르와 홍콩을 방문, 해외 투자자들과 밸류업 계획을 공유할 예정이다.

해외 투자자들을 향한 금융지주 회장들의 '스킨십 강화 전략'은 갈수록 중요해지는 추세다. 국내 영업환경 포화, 규제 강화 등으로 해외 영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주 투자자들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70%에 달하는 만큼 밸류업 성과와 주가 상승을 위해선 해외 투자자 유치가 필수적이란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책임경영 의지를 전달한다는 효과를 생각했을 때 CEO가 직접 나서 그룹 홍보에 나서면 투자자들이 느끼는 무게감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글로벌 확장을 위해서라도 해외투자자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전략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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