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요 금융지주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며 상승세를 타던 금융주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크게 떨어지자,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부양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하나금융지주 경영진 10명은 자사주 총 1만1150주(6억5157만500원)를 장내매입했다. 같은 기준으로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경영진 6명이 총 7500주(3억6298만6000원), KB금융지주 경영진 8명은 총 2345주(1억9781만9340억원)의 자사주를 각각 사들였다.

하나금융에선 함영주 회장이 총 5000주를 사들이며 자사주 매입 선봉장에 섰다. 함 회장은 지난해 12월 27일 하나금융지주 주식 3105주(주당 5만8900원)와 1895주(주당 5만8800원)를 매입했다. 함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후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 회장에 이어 이승열 하나금융 부회장과 강성묵 부회장이 각각 1200주씩을 장내 매수했고, 이은형 부회장도 이달 초 1000주를 사들였다.

이 밖에 지난달부터 △박종무 그룹재무부문 부사장 500주 △김미숙 지주 인사부문 부사장 500주 △박병준 지주 지원본부 부사장 600주 △박근훈 지주 IR본부장 상무 400주 △강재신 지주 리스크부문장 상무 500주 △강정한 지주 감사부문 상무 250주 등 총 10명의 경영진이 자사주를 장내 매입했다. 다만, 이 중 강정한 상무는 지난해 말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신한금융지주에선 이달 6~8일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비롯, 경영진 6명이 연달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정 행장은 이달 8일 신한지주 주식 2000주를 주당 4만8400원에 장내 매입했다.

그 외 △이인균 지주 운영부문 부사장 1000주 △천상영 지주 재무부문장(CFO) 1500주 △방동권 지주 리스크관리부문장(CRO) 1000주 △김지온 지주 감사파트장 상무 700주 △이영호 지주 준법지원파트장 겸 준법감시인 상무 1300주 등의 자사주 매입 현황을 보였다.

KB금융지주 경영진 8명도 2억원 규모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달에만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매입 당시 지주 CFO) 500주△권봉중 지주 IR본부 전무 500주 △정신동 경영연구소장 전무 120주 △차대현 지주 감사담당 전무 248주 △박진영 지주 브랜드담당 상무 360주 △나상록 지주 재무부문 상무 217주 △전효성 지주 HR담당 상무 200주 △서기원 KB국민은행 전략본부장 200주 등을 사들였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차질 없는 밸류업 추진 등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앞서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 등을 골자로 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는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던 금융지주 주가는 현재까지 계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종가 기준 10만1200원이었던 KB금융 주가는 다음날 9만5400원까지 떨어졌고, 현재 8만8000원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신한금융 역시 5만6400원에서 비상계엄 이후 5만2700원으로 떨어졌다가 현재 4만9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도 6만6000원에서 6만1600원으로 떨어졌다가 5만8000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종가 1만7200원으로 지주 출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던 우리금융 주가도 다음날 1만6720원으로 떨어진 후 현재 1만5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영진들이 잇단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하락을 방어,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자사주 매입 외에도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서 지속가능한 밸류업 추진을 약속하기도 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밸류업 추진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고, 함영주 회장은 자사주 매입 소식을 알리면서 "밸류업 계획에 대한 실행력을 강화하고 주주들과의 소통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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