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사진=하나금융)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탄탄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말 연임에 성공한 함영주(68)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덕장' 리더십으로 통합 시너지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화학적 결합을 토대로 그룹을 성장궤도에 올려놓는 등 그동안 보여준 안정적 리더십이 연임의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 등 리딩뱅크를 향해 초석을 다지는 중이다.

함 회장이 다음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짓는다면 오는 2028년 3월까지 3년간 그룹을 더 이끌게 된다. 함영주 2기 체제에서는 내실화를 통한 경영지표 개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승계절차 재정비 등 1기에서 못 이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달 27일 함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함 회장은 다음달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차기 하나금융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회추위는 함 회장을 두고 검증된 리더십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함 회장의 리더십이 금융권 안팎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법인인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에 임명되면서부터다.

당시 연공서열 중심인 외환은행과 성과 중심인 하나은행은 조직문화와 업무체계가 크게 달라 융합이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런 우려 속에서 통합 법인 초대 행장으로 방향키를 쥔 함 회장은 특유의 섬세한 리더십으로 2016년 전산 통합, 2019년 급여·인사·복지제도 통합 등 두 조직 간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냈다. 이같은 성과로 하나은행장으로서 한차례 연임에도 성공했다.

하나은행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6년 3월에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선임되며 그룹 경영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당시 함 회장은 경영관리부문, ESG경영총괄 등 그룹 핵심 업무를 총괄했다.

지난 2022년 3월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오른 직후부터는 공격적인 영업 전략으로 자산을 대폭 확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함 회장 취임 직전인 2021년 3조5261억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내던 그룹은 2022년 3조6257억원, 2023년 3조4217억원을 시현하다 지난해 3조7388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실적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수익성, 건전성 등 경영지표는 악화하는 흐름이다. 함영주 1기가 '외형 성장'에 집중했다면 2기에선 내실 다지기를 통한 '체질 개선'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보면,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9.12%를 기록했다. 함 회장 취임 전 10%대 수준을 유지하던 그룹 ROE는 2023년 3분기 말 9.03%, 4분기 말 8.95%로 하락했다. 이후 지난해엔 분기별로 10%대 이상을 기록했으나 연말 다시 9%대를 기록했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그룹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2023년 말 0.45%, 0.50%에서 지난해 말 0.51%, 0.62%로 각각 0.06%p, 0.12%p씩 상승했다.

은행과 더불어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핵심 역할을 담당해야 할 비은행 계열사들 기여도도 감소세다. 2021년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32.9%였으나 2022년 18.9%, 2023년 4.7%, 지난해 15.7%로 줄어든 상태다. 경쟁사인 KB금융(40%)과 신한금융(25.2%)과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리딩뱅크 KB금융이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지난해 순이익 '5조 클럽'에 입성한 것을 고려하면, 하나금융 역시 비은행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승계절차 역시 재정비해야 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 이사의 나이가 임기 중 만 70세를 넘더라도 주어진 임기를 다 마칠 수 있도록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는데, 연임이 유력시되던 함 회장을 고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연임 도전에 나선 함 회장이 내부규범 개정으로 '연령 제한' 이슈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2025년 업무계획' 발표 자리에서 "임명절차, 특정 인물, 후보군 등이 눈에 들어오기 전에 좀 더 공정한 형태로 전 단계에서 후보 선임 프로세스나 요건을 정하는 게 좋았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절차는 지켰지만 실효적인 부족함이 있다"며 "(하나금융 연임 관련) 프로세스 완성도가 아주 높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CEO 연임 절차를 두고 금융당국 수장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만큼 함 회장 2기에선 보다 탄탄한 승계절차를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3년간 함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할 필요가 크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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