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함영주(65)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탄탄한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오는 2028년 3월까지 3년 더 그룹을 이끌게 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화학적 결합을 토대로 그룹을 빠르게 성장궤도에 올려놓는 등 그동안 보여준 안정적 리더십이 연임을 이끌어낸 배경으로 꼽힌다.
함영주 2기 체제에서는 체질 개선을 통한 경영지표 개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승계절차 재정비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금융은 25일 오전 서울 명동사옥에서 열린 제2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함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이날 회장 추천 사유에 대해 "통합은행장으로 취임한 2015년 이후 그룹 주요 경영지표가 뚜렷한 개선세를 나타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CEO로 그룹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비은행 수익성 강화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뚜렷한 비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1956년생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함 회장은 상고 출신 은행원으로 시작해 그룹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을 이끌 당시 전국 영업실적 1위를 달성한 '영업통'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후 초대 은행장을 맡았으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거쳐 2022년 하나금융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첫해인 2022년 3조5706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후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규모인 3조7388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뛰어난 영업성과를 보였다.
이같은 성과로 시장에선 일찍부터 함 회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었다. 하나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에 앞서 함 회장 연임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고, 외국인 주주 사전투표에서 참여 주주의 75%가 함 회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함 회장은 2기 체제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밸류업 제고 등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금융의 비은행 수익 비중은 지난해 15.7%로 경쟁사인 KB금융(40%), 신한금융(25.2%)과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잡힌 포트폴리오가 금융그룹 성장의 핵심 '키'가 될 예정인 만큼 하나금융 역시 비은행 강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도 주력 분야가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올해부터 연간 현금배당총액 고정 및 분기균등 현금배당을 시행, 배당 규모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들의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에 기여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 확대를 통해 주당순이익(EPS), 주당순자산(BPS) 등 기업가치 측정 핵심 지표를 개선하고, 발행주식수 감소에 따른 주당 배당금의 점진적 증대도 추진한다. 4000억원 상당 자사주 매입·소각도 일찍이 결정했다.
함 회장은 지난달 공개한 CEO 인터뷰 영상에서 "지난 3년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은 밸류업"이라며 "2027년까지 총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위한 주주환원의 지속적 확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함 회장이 연임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탓에 금융당국 수장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던 만큼 승계절차 마련 작업에도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 이사의 나이가 임기 중 만 70세를 넘더라도 주어진 임기를 다 마칠 수 있도록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는데, 연임이 유력시되던 함 회장을 고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연임 도전에 나선 함 회장이 내부규범 개정으로 '연령 제한' 이슈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