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사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의 한 공사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중견 건설사가 올해 1분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내실 중심으로 원가 절감 노력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건설업 전반에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시장 양극화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올해 1분기(1~3월) 연결기준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건설업계 침체 영향으로 지난 한 해 내내 적자를 기록했던 동부건설은 올해 1분기 오랜만에 흑자를 낸 것이다. 지난해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주요 현장들이 대부분 준공되며 매출 원가 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또 △수주 호조에 따른 매출 안정화 △수익성이 높은 신규 물량 비중 확대 △원가 혁신을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 노력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금호건설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억원으로 2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매출은 46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5억원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80% 급등했다.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과 비주택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이 주효했다. 부문별 매출을 보면 건축(750억원)과 주택(1979억원)은 전년보다 각 19%씩 감소했으나 토목(1866억원)은 같은 기간 26% 늘었다. 원가율은 95.8%로, 전년 대비 0.4%포인트(p) 낮아졌다. 

같은 기간 코오롱글로벌은 연결기준 매출액 6440억원, 영업이익 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형 프로젝트 준공의 영향으로 매출은 줄었지만 토목, 환경·플랜트 등 비주택 부문 신규 착공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5배 넘게 늘었다. 1분기 수주금액 3269억원 중 64%(2093억원)이 비주택에 해당되며,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0%p 개선된 91.4%를 기록했다.

이 밖에 KCC건설, 한신공영 등도 1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KCC건설은 1분기 매출 4495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65% 증가했다. 원가율이 낮은 현장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세우고 공법 개선으로 비용은 줄이면서도 품질은 유지하는 ‘밸류 엔지니어링’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신공영은 매출 3045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달성하며 같은 기간 각각 5%, 93% 증가했다. 자체 개발사업인 포항 펜타시티 한신더휴 등 주요 현장의 준공 효과와 원가율 관리가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한신공영의 원가율은 지난해 1분기 91%에서 올해 1분기에는 86%로 낮아졌다.

반면 주택 의존도가 높거나 원가율 악화를 피하지 못한 두산건설, 계룡건설, HL디앤아이한라, IS동서 등은 다소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두산건설은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 4248억원, 영업이익 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와 비교해 14.4%, 68.7% 줄었다. 계룡건설의 1분기 실적은 매출액 6686억원, 영업이익 3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9% 감소한 수준이다. HL디앤아이한라와 아이에스동서의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각각 22%, 59% 감소했다.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원가율과 수주 현황 개선 등으로 실적을 회복했으나 건설업 전반에서 침체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주택시장 심리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공사비 지수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는 등 수익성에 부담이 되는 요소가 산재하기 때문이다. 

또 유동성 대응력이 미흡한 건설사의 신용위험은 지속 늘어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내놓은 리포트에서 수익성 저하와 PF 부담으로 건설업의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건설사들은 매출기반 축소에 따라 이익창출력이 약화했으며 미분양 적체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으로 현금흐름까지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견 건설사들의 분양 예정 물량이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시공능력평가 10~30위 건설사들이 올해 전국에서 공급 예정인 아파트(단독 시공 기준) 물량은 약 3만3600가구다. 건설사별로는 대방건설이 5467가구로 가장 많고 이어 우미건설(4711가구), 계룡건설산업(3069가구) 등 순이다. 이중 수도권을 제외하면 약 절반가량인 1만4000가구가 부산·대구·울산 등 지방에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지방 분양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5117가구로 11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았으며, 이중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543가구로 전체의 81.8%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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