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예온 기자] 금호건설이 2025년 들어서도 유동성 위기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648%로, 워크아웃 상태인 태영건설(720%)에 이어 업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계는 부채비율 100~200% 이하를 정상 범주로 보는데, 금호건설의 비율은 2024년 말 589%에서 올해 1분기 648%까지 치솟았다.
금호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단순히 부채가 늘어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주택경기 침체와 미분양 누적,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주택사업은 금호건설 매출의 약 절반가량을 차지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분양 부진과 하자 논란이 지속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에는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 수원 금호리첸시아 퍼스티 등에서 대규모 하자가 발생해 입주민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29일 금호건설 경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금호건설의 매출은 4680억원으로, 전년 동기인 2024년 1분기 4945억원보다 265억원 감소했다. 부문별로 보면 건축 매출은 925억원에서 750억원으로 175억원 줄었고, 주택 부문은 2433억원에서 1979억원으로 454억원 감소했다. 해외 부문도 109억원에서 85억원으로 24억 감소했다.
반면 토목 부문은 1478억원에서 1866억원으로 388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건축·주택·해외 부문의 실적 악화가 전체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특히 주택과 건축 부문은 준공과 착공 지연으로 손실이 컸다. 이로 인해 금호건설은 유동성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금호건설은 우발채무 구조를 크게 정비했다. 이는 지난해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편과 사업 구조조정의 결과로, 정비사업 영역의 잠재 리스크가 해소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투자설명서를 보면 금호건설은 하자보수 등과 관련한 소송 647건에서 피고로 지목돼 있으며, 소송 규모는 약 496억원에 달한다. 회사가 제기한 소송도 19건, 약 8억원 규모다.
금호건설은 관련 소송에 대비해 약 12억원을 충당부채로 설정했지만, 실제 부담액은 판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건설과 계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26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크고 작은 법적 분쟁은 회사의 재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신사업 전략 부재 역시 심각한 약점으로 꼽힌다. 경쟁사들이 SMR(소형모듈원전), 신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금호건설은 2025년 현재까지도 뚜렷한 신사업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택사업 의존도는 40% 이상으로 고착화돼 있고, IT 신기술 등으로의 진출 시도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기존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사업구조가 보수적으로 굳어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해 미래 먹거리 확보와 신성장동력 발굴에서 경쟁사 대비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모회사 금호고속의 재무구조 개선이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금호건설의 직접적인 유동성 개선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금호건설은 PF 부실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높은 부채비율과 신사업 공백, 경영 구조적 한계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사업장 분양 흥행과 2개 분기 연속 흑자 등 개선 조짐도 있지만, 구조적 위험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