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중견 건설사 10여곳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업계 위기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 금호건설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상장 건설사 중 최고 수준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며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신용등급 평가에서 등급 강등을 겪었다. 회사는 경영상황이 안정적이라며 올해 'V자 반등'을 꾀하고 있지만 여건은 녹록치 않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금호건설의 경영 환경을 진단하고 당면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금호가(家) 3세 박세창(49) 금호건설 부회장으로부터 '수익성 개선'이라는 특명을 받고 취임한 조완석(59) 금호건설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취임 첫해 실적 부진에 이어 올해 들어 연이은 사망사고로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 사장이 제시한 '4대 경영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금호건설 수장 자리에 오른 조 사장은 그룹 오너가 3세인 박 부회장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특히 박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첫 중용 인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조 사장은 박 부회장이 2021년 금호건설에 합류한 이후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을 맞춰온 인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취임 이후 신규 주거 브랜드 '아테라(ARTERA)'를 전면에 내세워 실적 반등을 노렸다. 그러나 취임 1년 간 성적표는 초라했다. 금호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조9142억원, 영업손실은 1818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13.7% 감소,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재무 건전성도 크게 악화했다. 회사 부채총계는 1조3273억원으로, 2023년 말보다 8.6% 늘었고 자본총계는 2254억원으로, 전년보다 52.0%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589%까지 치솟아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720%)에 이어 업계 최악 수준이다. 올해 초 법정관리에 들어간 신동아건설(428.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신용등급 평가에서 등급이 강등 조치되기도 했다. 건설사의 경영안정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HUG 신용등급은 건설업 관련 보증을 발급할 때 보증한도와 보증료율을 책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 등급이 하락하면 금융비용 증가로 사업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기업 신뢰도가 추락하게 된다.
이는 30년 이상 금호건설에서 재무·기획·해외 영업 등을 경험한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 조 사장으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실적 부진과 높은 부채비율에 따라 지난달 금호건설을 둘러싸고 유동성 위기설이 돌기도 했다.
회사는 대규모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빅배스' 전략에 따른 일시적 수치라며, 이후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예상되는 공사 지연, 원자재 가격 상승 분 등을 2024년 3분기 회계장부에 반영한 이후 4분기와 올해 1분기까지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조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V자 반등을 공언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은 업황 악화에 따른 직격탄을 고스란히 받는 분야며, 두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목·플랜트 등은 공공 발주량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특히 아테라는 분양성이 낮은 지방에 집중돼 확장성에 한계가 있고, 이 밖에 이렇다 할 신사업도 보이지 않는다.
조 사장이 올해 제시한 네 가지 경영 목표는 △실적 개선 △유동성 확보 △기업문화 혁신 △중대재해 '제로(Zero)'다. 실적 개선과 유동성 확보가 요원한 가운데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행보는 전무하고 중대재해 제로는 이미 실패했다. 14명이 사망한 오송 참사의 '주범' 금호건설은 올해 3월 한 달 사이에만 2개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를 일으켰다. 서울 동대문구 '동북선 도시철도' 건설 현장과 충북 청주시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아테라 공사현장에서 각각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취임 첫해부터 적자와 재무 건전성 악화, 안전관리 부실이라는 총체적 문제를 떠안은 조 사장이 위기를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빅배스로 적자가 발생했으나 올해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중심의 성장을 통해 흑자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착공 PF나 브릿지론, PF 보증 현실화와 같은 추가 리스크는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올해 확실한 V자형 회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