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데다 조기대선 등 정국이 불안정해지면서 분양을 하반기로 미뤘다. 대선 이후 경기 부양책 등 부동산 정책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분양 시장도 활기가 돌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한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아파트 분양 시장이 봄철 성수기를 맞았지만 공급 관망세가 짙다. 특히 서울 아파트 분양 가뭄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6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거래량 감소와 매수심리 위축 속에 분양 일정이 하반기 또는 내년으로 미뤄지는 모습이다.
2일 국토교통부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분양시장에 나온 주택은 2만1471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49.7% 줄었다. 수도권 전역에서 분양 물량이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수도권에서 1분기 분양 주택은 5972가구로 전년 동기(2만762가구)보다 71.2% 감소했다. 이 중 인천은 252가구로 94.5% 줄었고, 경기는 4623가구로 지난해보다 59.5% 줄었다.
특히 서울에서는 2월과 3월에 아예 공급이 없어 76.9% 감소했다. 올해 들어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는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뿐이다. 총 1097가구인데 이마저도 일반에는 482가구만 나왔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에 이은 대통령 탄핵 사태로 건설업체들이 분양 시기를 미루는 등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 집계 결과 올해 서울에서는 총 2만5228가구(청년안심주택 포함)가 분양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중 절반이 넘는 1만3769가구는 분양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연내 추가 분양 계획이 아직 없다. 당초 연내 분양하려던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도 일정이 미정이다. 현재 삼성물산은 래미안트리니원(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최고 35층, 17개 동, 총 2091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다.
다만 조합과 분양 시기를 조율하는 과정으로,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후분양으로 내년 분양 예정인데 일반 분양가가 조합원 이익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서 올해가 나을지 적정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이 방배13구역을 재건축하는 '방배포레스트자이' 분양도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고 22층, 30개동, 2217가구의 대단지다. GS건설 관계자는 "조기대선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무리하게 분양을 진행하기보다 하반기 이후로 미루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GS건설은 역삼은하수아파트 재건축과 SK에코플랜트와 공동 시공하는 노량진6구역의 분양 일정도 올해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DL이앤씨가 공급하는 '아크로리버스카이(노량진8구역)'의 분양 시기도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르면 올해 연말에 분양을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공사비 협상 타결이 늦어졌고 조합원 분양 등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내년까지 넘어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분양 일정을 잡지 못했던 '아크로드서초(서초 신동아)'는 오는 8월 분양 예정이다. 지하 4층~최고 39층, 총 16개동, 1161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현대건설은 이달 은평구 '힐스테이트메디알레(대조1구역)'와 8월 동작구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사당3지주택)'의 분양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각각 2083가구, 927가구(조합원 포함 일반분양 801가구) 대단지다.
롯데건설이 송파구에 공급하는 '잠실르엘(미성크로바 재건축)'도 연내 분양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아파트는 전용 45~145㎡에 총 1910가구 대단지다. 이 중 일반 분양 물량은 241가구다.
업계에서는 대선 이후 나올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기다리며 서로 눈치만 보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대선으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분위기에서 부동산 정책이 바뀔 수 있고 투자자나 실거주자 등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대선 상황을 보고 시기를 조정하는 등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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