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재계 총수들은 5일간의 긴 추석 연휴 동안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업의 생존전략을 모색할 전망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장기화 속에 맞는 연휴인 만큼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외 일정은 자제한 채 국내에 머무르면서 기업별 주요 현안과 미래 먹거리 사업 구상 등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가석방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추석 조용히 자택에서 미래 사업을 구상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설 연휴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을 계기로 설·추석 명절 연휴마다 해외 출장에 나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설 연휴에 중남미 출장을 다녀온 것을 마지막으로 작년 추석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내에 머물렀고, 올해 설날은 연초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옥중에서 지냈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백신 특명'을 받고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후 추석을 전후해 현장 경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일단 국내에서 연휴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제한을 이유로 이 부회장의 경영 재개에 반대하는 사회 일각의 목소리 등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이 부회장은 출소 후 한달여 만에 처음으로 공식 일정인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 행사의 경우 교육 현장이란 점에서 다른 대외 활동보다는 부담이 적다. 이 부회장은 이 행사에서 공개 발언은 하지 않는 등 공식적인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연휴 기간 이 부회장은 국내에서 반도체 투자 계획과 무선사업부 경쟁력 강화 등 주요 사업 현안을 챙기고 전반적인 사업 역량 강화 방안 등을 모색할 전망이다. 특히 향후 3년간 반도체·바이오 등 분야에서 240조원 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은 데다 미국 제2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부지 확정을 앞둔 만큼 관련 현안을 들여다보며 사업계획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20조원 규모의 미국 제2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을 위한 미국 출장길에는 이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등이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 미국 출장, 도쿄올림픽 참석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이번 연휴 기간에는 국내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미래 사업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인해 생산차질을 겪고 있는 만큼 정 회장은 연휴기간 동안 반도체 수급상황과 함께 국내외 생산·판매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아산공장의 경우 전기차 생산설비 설치 공사를 위해 지난 7월 13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4주간 가동을 멈췄다가 이후 생산을 재개했지만 반도체 부족 사태로 약 한 달 만에 휴업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 13일부터 생산이 재개됐지만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의 영향으로 15~17일 생산을 또 중단했다.
정 회장은 생산 차질 여부 등을 중심으로 사업 점검에 나서는 동시에 그룹의 전동화 전환 계획을 비롯해 친환경 전략 및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핵심 사업도 챙길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 보도발표회에서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공개,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제네시스 역시 수소·배터리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듀얼 전동화 전략'을 통해 203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대차는 모셔널을 통해 2023년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에 완전 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2028년 도심에서만 운영할 전동화 UAM을 시장에 출시한 뒤 2030년에는 인접 도시 간 이동할 수 있는 형태로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추석 연휴기간 국내에서 휴식과 함께 경영 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음달 열리는 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앞두고 경영 화두 등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매년 열리는 CEO 세미나에서 그해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이듬해 경영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신뢰받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강조하면서 더 큰 도약을 이룰 것을 강조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최 회장은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사회 구현 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사업 전략 등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6월 최 회장은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넷제로(탄소중립)는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며 그룹 전반에 ESG 경영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최근에는 '코리아 H2 비즈니스서밋'에 참여해 수소펀드 조성을 제안하는 등 수소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외부 공식 일정 없이 자택에 머물며 경영 구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전자·배터리·화학·전장 등 주요 사업 부문을 챙기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 구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모빌리티와 배터리, 로봇, AI 등 미래 사업 전략을 강화하고, 모바일 사업 철수 등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한 구 회장은 연휴 동안 계열사 수익성 개선과 신성장동력 확보 방안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해 추석연휴에 앞서 화상으로 주재한 사장단 회의에서 "고객에 대한 '집요함'으로 지금 바로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그룹 전반의 체질개선을 주문한 바 있다.
구 회장은 내달 밴플리트상 수상을 계기로 미국 출장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상은 한미관계에 공헌 인물 또는 단체에 주어지는데 올해 수상자로 구 회장이 선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대기업 총수들도 대부분 국내에서 조용히 경영 구상에 나서는 모습"이라면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중장기 경영 전략 마련과 미래 신사업 발굴 등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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