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수 공백 피했지만 해결과제 '첩첩산중' (종합)
삼성, 총수 공백 피했지만 해결과제 '첩첩산중'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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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포스트 코로나' 대응 리더십 보여줘야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삼성이 '총수 공백'을 면했다. 삼성은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면서도 "이제 한 고비 넘겼다"는 분위기다. 구속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이 부회장 앞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내우외환 상황 속에서 위기극복을 위한 이 부회장의 리더십과 삼성의 대응 시나리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부장판사 원정숙)은 9일 새벽 2시경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전날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이날 오전 2시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리며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은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은 아쉽다"면서도 "영장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앞으로 수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시세조종·분식회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따져보는 보강수사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9일 오전 서울 삼성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9일 오전 서울 삼성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법리스크 여전···방어전 '총력' 펼칠 듯=구속은 피했지만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당장 검찰이 보충 수사를 통해 증거를 보충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2017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될 당시 법원은 특검의 첫 번째 구속영장은 기각했지만 재청구한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된다고 해도 삼성 측에 유리하게 재판이 전개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의 기소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 가운데 삼성은 기소 여부와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 검찰 외부의 판단을 듣고 싶다며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개최 여부는 11일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수사심의위가 내리는 기소 여부 판단은 권고적 효력만 있는 만큼 수사심의위 권고와 상관없이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과 별도로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도 남아있다. 법원의 불구속 결정에도 삼성이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우려하는 이유다. 당장 큰 산은 넘었지만 향후 삼성 변호인들과 법무팀은 법정에서 검찰과의 치열한 법리공방을 통한 방어전에 총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준법경영 강화 다짐 '뉴 삼성' 기대=삼성 안팎으로는 변화한 '뉴 삼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 청산' 및 '준법경영 강화', '경영권 승계 논란 해소' 등 변화를 다짐한 이 부회장의 준법경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로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준법경영을 기조로 한 '뉴 삼성'을 다짐했다. 노조 문제, 시민사회 소통,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불법과 편법이 없도록 하고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무노조 경영' 종식과 함께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하는 한편, 시민사회와 적극 소통하고 외부의 조언을 경청하겠다고도 했다.

이후 지난 4일에는 삼성 7개 계열사가 이 부회장의 뜻을 반영해 준법경영 실천 방안을 준법감시위에 제출했다. 7개 계열사는 이사회 산하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만들고 시민사회와 소통할 커뮤니케이션 전담자도 지정하기로 했다. 특히 준법 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포기를 선언한 데 따라 '총수 없는 경영체계' 수립이라는 중장기 실천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삼성전자)

◇'포스트 코로나' 대응 리더십 요구 부각=삼성은 총수의 사법리스크를 제외하고도 각종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갈등까지 표면화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대비는 물론, 미래 먹거리를 위한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인 셈이다. 

이 가운데 이번 법원의 불구속 결정으로 이 부회장의 광폭 경영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남았지만 당장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격적 투자 기조를 지속하는 동시에 스마트폰 등 각 사업 분야에서 초격차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글로벌 불확실성을 초격차전략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인 중 처음으로 중국 시안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해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임직원들에게 초격차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이어 같은 달 평택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조성 발표 이후에는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2030'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와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2030' 비전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2030년까지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 반도체 사업장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주문 생산)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등 약 20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연구개발(R&D)에만 20조2076억원을 사용하며 시스템반도체와 QD(퀀텀닷)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먹거리 투자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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