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수사심의위, 이재용에 '손'···복잡해진 검찰 셈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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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 이재용 '수사중단·불기소' 권고
"혐의 입증 쉽지 않아, 국민 경제도 고려해야"
심의위 권고 무시 전례 없어 검찰 부담 느낄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날 심의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사진=연합뉴스)<b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날 심의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삼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숨 돌리게 됐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이 부회장 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11월부터 1년 8개월 간 이어져 오던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26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현안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기소 적정성 등을 심의한 결과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다.

수사심의위는 "심의절차에서 수사팀, 피의자 측 대리인들이 의견서를 제출하고 진술을 했고 이후 위원들은 충분한 숙의를 거쳐 심의한 결과,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사전 선정된 15명의 위원 중 1명이 불참해 14명이 참석했다. 이중 양창수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한 1명을 제외한 13명이 심의에 참여했다. 양 위원장은 최지성 옛 삼성 미전실장(부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 직무를 회피했다.

위원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계속 여부 △이 부회장, 김종중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삼성물산 주식회사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논의했다. 위원들은 검찰과 삼성 측이 각각 제출한 A4 5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오전에는 검찰, 오후에는 삼성 측 의견을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청취한 뒤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 검찰 수사팀은 주임검사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 등 3∼4명이, 이 부회장 측에서는 이동열(54·22기)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인들이 참석했다. 양측의 프레젠테이션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회의는 당초 예상 종료 시간인 5시 50분을 약 한 시간 반 정도 넘긴 7시 30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검찰은 이날 그동안 수사 경과를 토대로 이 부회장 등의 혐의를 소명하는데 주력하며 기소를 통해 유·무죄를 다툰 후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 측은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상 판단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하며 그동안 무리한 검찰 수사에도 성실하게 협조, 회사 경영에 큰 차질이 초래됐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들은 양측에 궁금한 사안을 질문한 뒤 숙의에 들어갔다. 숙의 과정에는 검찰 측과 삼성 측은 자리를 비우고 위원들만 참석했다. 수사심의위는 총 9시간 이상 숙의를 거쳐 과반수를 넘는 다수의 찬성으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수사심의위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결 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수사심의위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어디까지 보고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됐으며, 특히 주가조종과 분식회계 등 혐의를 두고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위원 중 상당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었다는 전언도 나왔다.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삼성전자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삼성전자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했다. (사진=삼성전자)

이번 수사심의위 결정에 대해 삼성과 이 부회장 등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 측은 "검찰 수사수사심의위원회 위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신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반면 검찰 기소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검찰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참고해 조만간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 사유로 법원으로부터 재판 과정에서 다퉈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받은 것을 근거로 불구속 상태로라도 이 부회장 등을 재판에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번 수사심의위 권고에 검찰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사심의위 관련 규정에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존중하도록 돼 있다. 특히 과거 수사심의위 결정을 어긴 전례가 없는 만큼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경우 수사심의위 도입 취지를 검찰 스스로 부정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심의위는 수사 적법성을 따져 검찰에 대한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의 검찰 자체 개혁 일환으로, 2018년 도입됐다. 검찰은 2018년 제도 시행 이후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따랐기 때문에 이번 권고에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장기간 끌어온 사건을 기소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의 수사 과정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좌고우면 상태에 놓인 검찰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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