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총수 부재 되풀이 '충격'···사법리스크에 '뉴삼성' 발목
[이재용 구속] 총수 부재 되풀이 '충격'···사법리스크에 '뉴삼성'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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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경영활동 위축·미래 전략 차질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삼성이 또 다시 '총수 부재' 사태를 맞으며 그야말로 깊은 충격에 빠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러난 이후 정확히 1078일 만에 재수감이다.  

이에 따라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상황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커지는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그룹 경영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도 본격화하는 만큼 삼성 미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18일 오후 뇌물공여 등의 혐의에 대한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즉시 법정구속됐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80여년 삼성 창립 역사상 최초로 구속된 총수이면서 2번째 수감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부회장과 특검은 각각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하는 내용이 있으면 다시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2019년 10월 1차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거친 만큼 재상고심에서 판단이 달라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 판결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인 박근혜씨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모두 대법원의 재상고심에서 원심이 그대로 확정된 점에 비춰볼 때 이 부회장 역시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이 최종 판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4여년 간 이어진 국정농단 재판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세트부문 사장단과 삼성리서치를 둘러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세트부문 사장단과 삼성리서치를 둘러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시계제로' 빠진 삼성···멀어진 '뉴 삼성' 혁신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면서 삼성은 총수 부재에 따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삼성은 한동안 계열사별 각개전투 체제로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은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 총수 중심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인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TF가 총수 구속으로 어수선한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사업지원 TF에 대해 ‘미전실 부활’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삼성이 기존에 준비하던 투자나 채용 같은 일반적 경영계획상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조원대 자금이 수반되는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사업구조 재편처럼 총수의 결단을 필요로 하는 작업은 잠정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기 전까지 매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는 구속 후 중단됐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기 3개월 전에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삼성은 굵직한 인수·합병(M&A) 역시 실종된 상태다.

아울러 모바일,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의 총수가 뇌물 혐의를 뒤집어쓰고 재구속됐다는 점은 대외 평판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 부회장이 오랫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삼성의 대외 신인도 역시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하고 이 부회장이 총수로서 홀로서기, 미래 신사업 확대 등 '뉴삼성'으로 변화에 주력하던 중 구속되며 그룹 전체의 동력 저하는 불가피해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3월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를 전후로 삼성이 회장 취임과 지배구조 개편, 경영권 승계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번 실형 선고로 이 같은 작업은 최소 1년 반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오너 일가와 삼성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를 중심 축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도 당장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이 모여있는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이 모여있는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전경(사진=삼성전자)

◆ '불법 승계' 재판도 본격화···사법리스크 '산 넘어 산' 

삼성은 또 이번 판결과 별개로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도 조만간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두 사건은 별개인 만큼 선행 사건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고 해서 그 자체로 나머지 사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재판부가 이번 판결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 청탁을 했다"는 점을 언급한 만큼 향후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도 나온다.

삼성그룹 내부자들이 저지른 경영 비리 혐의에 초점이 맞춰진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과 관련,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관계자 11명이 지난해 9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당초 지난 14일 이 사건의 2차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재판부는 재판 일정을 추후 지정해 다음 달 중 공지하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 목적으로 옛 삼성물산 주가를 억지로 끌어내리고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또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관련해 불리한 내용을 숨겨 제일모직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했다고도 보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이 경영상 필요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통상적인 경영활동인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범죄라는 검찰의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피고인들이 임무에 위배된 행위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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