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이재용 측, 날 선 공방···"경영권 불법 승계" vs "합병 후 경영개선"
檢-이재용 측, 날 선 공방···"경영권 불법 승계" vs "합병 후 경영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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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서 양측 PPT 공방
검찰 "이재용 승계 계획안 따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변호인, '제일모직 고평가, 삼성물산 저평가' 檢 주장 반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재판이 5개월만에 재개했다.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된 가운데 열린 이 부회장 등의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격을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이 합병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규정하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를 안겼다고 주장했고, 변호인단은 합병으로 피해를 본 회사가 없고 오히려 이익을 봤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 10명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을 확인했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서 이 부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구속돼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날 검찰은 미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활용해 1시간여 동안 이 부회장 등의 혐의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부회장 취임 전후인 2012년 이미 승계 준비 계획이 수립됐다"며 "미래전략실이 세운 '프로젝트G'에 따라 에버랜드(옛 제일모직)와 삼성물산의 합병이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프로젝트G는 미전실 주도로 세운 이 부회장의 승계 계획안으로, 이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가치를 고평가하고 삼성물산 가치를 저평가해 합병함으로써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미전실이 유리한 합병비율(제일모직:삼성물산=1:0.35)을 만들기 위해 삼성물산 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기업 및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이라는 잠재적 손해를 끼쳤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합병 직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를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에피스를 흑자기업으로 전환해 합병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미전실 임원들이 거짓 정보 유표, 중요 정보 은폐,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로비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도 보고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가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저평가된 것을 놓고 "회사 자산을 '염가'에 처분한 것"이라며 "삼성물산 이사들은 회사와 주주의 신뢰 관계를 저버리는 임무 위배 행위를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전반적인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특히 합병 결정 당시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돼 있고,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검찰 공소사실의 대전제 자체를 반박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공소장에 제일모직이 고평가됐다는 표현이 23차례,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는 표현이 16차례 나온다"며 "고평가 또는 저평가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어느 정도면 지배적이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고평가됐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연금은 합병이 발표되기 전 6개월 동안 제일모직 주식을 4669억원어치 순매수했다"면서 "곧 하락할 주식을 왜 기관이 순매수했겠냐"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업종과 사업구조가 다른 기업간 매출 자산 영업익과 비교해 고평가 저평가를 논할 수 없다"며 "시장이라는게 인터넷만 쳐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가 있고 그런게 공개적으로 확인되고 주가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합병으로 한 회사가 피해를 본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 후 경영실적이 개선되고 신용등급이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승계 목적' 여부를 밝힐 스모킹 건으로 불렸던 '프로젝트G'에 대해서도 "과연 지배력 강화 목적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특정인과 기업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경영상 합목적성이 있었다면 인정해준 판례 등도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이사회를 거쳐 삼성물산 주식 1주를 제일모직 주식 0.35주와 교환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고,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이 합병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앞서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미전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려 거짓정보를 유포하는 등 부당 거래를 일삼았고,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주요 사항을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9월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주요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이다.

한편, 당초 2차 준비기일은 지난 1월 14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잠정 연기됐다. 그러다 법원 인사로 재판부에서 임정엽·김선희 부장판사가 서울서부지법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재판부에서 심리가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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