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최근 인터넷뱅크들의 '대안신용평가' 고도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평가 방식도 다양해진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융소외계층과 중·저신용자를 위한 정책과 지원책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금융사들이 '대안신용평가모델'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대안신용평가'는 신용점수와 연체이력, 금융거래 이력 등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신용평가와 달리 비금융·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주의 대출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신용이 낮거나 금융 이력이 부족하고, 관련 정보에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대출 기회를 늘려주기 위함이다.
특히 인터넷뱅크들은 자체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른 금융사 대비 비대면·디지털 운영에 강점이 있고, 시중은행보다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이 많은 만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2년 중·저신용자와 신파일러(Thin Filer), 개인사업자에 대출 기회를 확장시켜주기 위해 비금융 데이터만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스코어(카뱅스코어)'를 개발했다. 지난 6월에는 NICE평가정보와 업무협약을 맺고 대안신용평가모형으로 산출된 점수를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5개의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갖추고 있다. △카카오뱅크스코어 △카카오뱅크트러스트스코어 △음식점업 특화 스코어 △서비스업 특화 스코어 △온라인 인셀러 특화 스코어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대안신용평가모델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카뱅스코어는 대출 승인 과정에서 기존 평가에 거절된 중저신용 고객 중 우량 고객을 선별해 승인해주는 방식이다.
일례로 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 중 '카카오선물하기' 기능에서 선물을 주고 받은 횟수가 많거나, 모임통장 사용 횟수가 많거나, 주말에 카카오택시를 여러 차례 이용하는 등의 경우가 평가에 반영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이를 통해 추가 승인된 대출 규모만 약 2693억원으로, 전체 카뱅스코어 취급액의 27%를 차지한다.
케이뱅크는 올해 4월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 '케이뱅크 CSS 3.0'을 선보인 데 이어, 통신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모델도 출시했다. 기존 네이버페이와 BC·신한·삼성카드의 가맹점 정보뿐 아니라 통신사 이용 고객들의 정보도 활용할 수 있어 평가 정확도를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케이뱅크 CSS 3.0'은 대출비교플랫폼 고객들의 특성을 반영한 신용평가모형이다. 대출플랫폼 특성상 다중채무자와 씬파일러 등 고객군이 다양한 점을 활용했다.
'이퀄'은 통신 3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SGI서울보증기금과 함께 만들었다. 국내 통신사 가입자 4800만명의 요금 납부 내역과 데이터 사용량, 부가서비스 이용 현황을 기반으로 신용을 평가한다. 금융 애플리케이션 접속 횟수와 멤버십 사용 횟수, 소액결제 비율 등 500여개의 세부 항목이 구성돼 있다. 또한 통신사 3사를 통합해 분석하기 때문에 고객이 통신사를 변경해도 정보가 반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토스뱅크는 출범 초기부터 머신러닝 기반의 자체 신용평가모형인 'TSS(Toss Scoring System)'를 구축했다. TSS는 기존 신용평가시스템이 파악하지 못한 고객의 상환여력과 성실성 신호를 종합 분석한다. 생활비 납부이력 등 차주를 파악할 수 있는 입체적인 기준을 기반으로 뒀다. 토스뱅크는 TSS를 여신 구조에 내재시키고, 점진적으로 정교화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에도 인터넷뱅크들은 대안신용평가모델 고도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뱅크들은 1금융권 중에서도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금융사와 달리 중저신용 대출 취급 비중을 30%로 유지해야 하는 점도 연체율 추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따라서 이에 따른 면밀한 건전성 관리를 통한 리스크 방어 수단이 필수적이다.
지난 달 29일 열린 '2025 카뱅 커넥트' 행사에서 조진현 카카오뱅크 신용리스크모델링 팀장은 "CSS가 중요한 이유는 은행의 건전한 성장을 이끄는 리스크 관리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안정보는 기존에 평가하기 어려웠던 부분까지 커버할 수 있고, 금융 정보가 부족한 고객들을 평가할 때 정교함을 꾀하고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인터넷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등 금융취약 계층에 대한 신용평가를 보다 정교화함으로써 포용적 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가 점차 고도화됨으로써 보다 많은 금융소비자가 대안신용평가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