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예온 기자] 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까지 줄이기로 하면서,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멘트, 철강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자재를 중심으로 산업이 형성된 건설업 특성상, 강화된 정책은 생산비와 시공비 상승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9회 국무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소 53%에서 최대 61%까지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의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확정했다.
이는 기존 제안안인 50~60% 또는 53~60%보다 상향된 수준이다. 이번 결정에는 일부 시민단체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산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산업계가 제안한 감축 목표는 48%수준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현재 산업 구조와 기술 수준으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산업은 특히 탄소 감축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시멘트, 철강, 레미콘 등 대부분의 필수 자재들이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건설사들은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 혁신과 자구책을 강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한라시멘트와 공동 개발한 탄소 저감 조강형 콘크리트(DECOCON)로 환경 성적표지(EPD) 인증을 획득했으며, 저탄소 제품 인증과 탄소 감축 인증 취득도 추진 중이다.
롯데건설은 이산화탄소 반응경화 시멘트 개발에 참여해 기존 시멘트보다 약 200℃ 낮은 온도에서 제조할 수 있게 했다. 이 기술을 통해 석회석 사용량을 30%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감소시켰다.
삼성물산은 일반 콘크리트보다 탄소 배출을 약 40% 줄인 저탄소 PC(Precast Concrete)를 래미안 반포주공1단지 3주구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탄소 배출량을 약 70% 낮춘 제로 시멘트 보도블록도 개발해 상용화했다.
현대건설은 G-OPIS(Green·Operation·Portfolio·Investment·Spread) 전략을 기반으로 2045년 넷 제로(Net Zero)를 목표로 삼고, BIM(건축정보모델링)과 탈현장(모듈러) 시공, 저탄소 자재 확대 등을 통해 시공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있다.
GS건설은 태양광·풍력·연료전지·ESS 등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사업을 확대하며,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술을 투자해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장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자재와 저탄소 설계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그간 지지부진했던 ESG 공시 의무화를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정부의 재정·제도적 지원을 통한 실질적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며, 제도적 지원 없이는 탄소 감축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 보완책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규제가 많은 산업에 탄소 감축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가중된다"며 "탄소 중심 정책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정부와 지자체가 비용 부담을 완화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과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탄소 감축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수진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원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건설기업의 전략적 대응을 통한 녹색건축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ZEB와 그린 리모델링에 수반되는 투자 비용이 큰 만큼, 공사비 보조금 확대 등 재정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공공부문은 예산 확보를 통한 참여 확대가 가능하지만, 민간 부문은 강제보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