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다가오는 추석(10월 6일)을 앞두고 실속형 선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속되는 고물가와 1인 가구 증가, 명절 노동 기피 등이 맞물리면서 가정간편식(HMR)이 명절 상차림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3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2025년 추석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평균 28만4010원, 대형마트 기준 37만354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최근 10년간 31.5% 상승한 수치다.
특히 올해는 폭염과 집중호우로 축산물·수산물·채소류 가격이 상승했고, 쌀 가격 인상도 떡과 가공식품 비용을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차례상 간소화와 함께 필요한 만큼만 준비하는 실속형 상차림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식품기업들은 내놓은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오뚜기는 최근 양파와 당근, 부추, 표고버섯, 국산 돼지고기가 담겨 있는 '옛날 잡채' 냉동 제품을 출시했다. 재료 손질이나 간 맞추기 등 번거로운 과정 없이 전자레인지와 프라이팬으로 조리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동그랑땡', '해물 완자', '고기완자', '떡갈비', '너비아니', '잡채' 등 명절 간편식을 판매하고 있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9월 셋째 주 해당 제품들의 매출은 직전 주 대비 약 66% 증가했다.
대상은 '청정원 직접 구워 더 맛있는 직화 떡갈비'와 '더 커진 동그랑땡'을 판매한다. 국내산 돼지고기 갈빗살과 뒷다릿살을, 동그랑땡은 돼지고기에 양파, 당근 등 7가지 채소를 더했다.
이 외에도 해태제과는 해태몰에서 추석 한정 기획으로 '왕만두 세트'를 내놨다. 대표 제품 '고향만두'의 김치, 잡채, 왕만두를 비롯해 '속알찬 얇은피 고기·김치만두', '참잘빚은 손만두' 등 10팩을 담은 제품이다. 풀무원의 생만두, 냉동전 시리즈도 추석을 앞두고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4사(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도 추석 시즌을 맞아 다양한 명절 도시락을 출시했다. 1인 가구, 외국인, 여행 중 명절을 보내는 소비자(혼추족)를 겨냥한 이 도시락들은 전, 갈비, 나물, 잡채 등을 구성품으로 넣어 전통 명절 상차림을 축소·압축한 형태로 제공된다.
대표적으로 CU는 '한가위 11찬 도시락'(7500원)과 '모둠전', '돼지갈비 도시락' 등 7종의 간편식을 출시, 기존 1종에서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 GS25는 '혜자추석명절도시락'을 전국 매장에서 한정 판매하며, 후식까지 구성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세븐일레븐은 대표 상품인 '오색찬란풍성한상도시락'의 가격을 전년보다 400원 낮춘 6500원으로 책정하고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마트24도 '추석명절큰.Zip 도시락', '추석보름달한판'을 통해 전자레인지만으로 전통 명절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과거 명절 도시락이 1~2종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아예 한상차림을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다양한 반찬에 합리적인 가격이라 1인 가구 고객들의 만족이 높은 편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CU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명절 도시락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으며, 2024년 추석 기준 전체 도시락 매출의 65.1%가 대학가, 원룸촌, 오피스텔 등 1인 가구 밀집 지역에서 발생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도 간편식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간편 제수용 브랜드 '피코크'의 매출이 전년 대비 판매량이 3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역시 제수용 간편식 매출이 전년보다 약 20% 늘었다.
한 대형마트 MD는 "명절 음식은 손이 많이 가는 편이라 해마다 간편식으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명절 직전 일주일간 관련 매출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어서,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