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며 '꿈의 항로'로 불리는 북극항로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초로 북극항로 상업 운항을 성공시키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초단축 물류망을 선점한 가운데, 한국의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중국 현지 매체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저장성 닝보-저우산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 '이스탄불 브릿지'호가 영국 펠릭스토우항으로 북극항로를 통해 항해 중이다. 도착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18일로, 기존 화물열차(25일 이상)나 수에즈운하 항로(40일) 대비 물류비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지난 2018년 '북극 정책'을 발표한 뒤 쇄빙선과 전용 화물선을 투입하며 운송로 개척을 추진해왔다. 이번 항해 성공으로 북극항로의 경제·전략적 가치 선점을 공식화한 셈이다. 단순한 운송로 단축을 넘어 북극권 자원개발 통로까지 확보할 수 있어 글로벌 물류 판도에 미칠 파급력이 크다.
우리나라 역시 내년부터 본격적인 북극항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해양수산부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부산으로 이전을 완료했지만, 관문 역할을 할 부산 북항의 재개발이 차질을 빚으면서 대응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현재 부산 북항 1단계 재개발은 2027년 완공이 목표지만, 공기 지연과 사업비 증가, 투자 부진으로 기한 내 마무리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단계 사업 역시 사업비 증가로 컨소시엄 참여 기관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착공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는 이 같은 사업 지연이 한국 해운·조선업계의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북극항로 운항에는 고부가가치 선박과 특수선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조선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지만, 인프라 구축이 늦어질 경우 글로벌 투자 유치와 물류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주변국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한국이 머뭇거린다면 부산항은 '북극항로 허브'가 아닌 단순 환적항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북항 재개발 사업을 전면 점검하고, 북극항로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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