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리얼하우스)
(자료=리얼하우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민간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전용 59㎡ 소형 평형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급은 전체의 10.4%에 불과하지만, 청약 경쟁률은 국민평형 84㎡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격차가 다섯 배를 넘어서며 소형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9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2025년 8월 25일 모집공고까지)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에서 전용 59㎡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2대 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84㎡는 5.5대 1에 그쳤다. 수도권은 격차가 더 컸다. 59㎡가 28.3대 1, 84㎡는 4.8대 1로, 경쟁률 격차가 5.8배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2022년 처음 나타났다. 당시 59㎡는 9.0대 1, 84㎡는 5.9대 1로 1.5배 차이를 보였고, 2023년에도 비슷한 수준이 이어졌다. 격차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59㎡가 27.2대 1, 84㎡는 10.3대 1로 2.6배 차이가 났다. 올해는 59㎡가 19.2대 1, 84㎡가 5.5대 1로 격차가 약 3.5배로 확대됐다.

수도권은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2023년부터 59㎡가 84㎡의 두 배 이상 경쟁률을 기록했고, 2024년에는 2.7배까지 벌어졌다. 올해는 59㎡ 28.3대 1, 84㎡ 4.8대 1로 무려 5.8배 차이를 보이며 격차가 더 커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2020년 전국 1순위 평균 경쟁률은 84㎡가 31.1대 1로, 59㎡(12.7대 1)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소형 평형이 우위를 점하며, 4년째 이어지고 있다.

공급 추세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수도권 59㎡ 공급량은 2020년 7월까지(모집공고 기준) 8934세대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3319세대로 줄어 약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84㎡는 1만5930세대에서 1만2628세대로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공급은 줄었지만 수요는 여전히 견고해, 경쟁률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경쟁률 격차는 뚜렷하다. 지난 6월 서울 영등포구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는 59㎡ 경쟁률이 582.7대 1로, 84㎡(123.4대 1)의 약 5배에 달했다. 1월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도 59㎡ 282.4대 1, 84㎡ 116.4대 1로 2.4배 차이를 보였다.

경기와 인천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 과천의 '디에이치 아델스타'는 59㎡가 81.4대 1로, 84㎡(35.0대 1)의 2.3배 차이, 인천 미추홀구 '시티오씨엘 7단지'는 59㎡ 11.8대 1, 84㎡ 2.5대 1로 약 4.7배 차이를 기록했다.

소형 평형 강세의 배경에는 가격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분양가 차이는 수억원에 달한다. 래미안 원페를라는 59㎡와 84㎡ 사이 가격 차이가 6억원대 중반이었고, 디에이치 아델스타는 7억원 가까이 났다. 초기 자금 부담이 큰 중대형보다 소형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구조적 요인으로 분석한다. 대출 규제와 고금리 속에서 초기 자금 부담이 적은 소형 평형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최근 건설사들이 59㎡에도 드레스룸과 팬트리 등 특화 공간을 적용하고, 일부 단지에서는 4베 구조까지 도입하며 상품성을 높이고 있다. '작지만 똑똑한 집'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한몫했다. 전세 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수요가 줄면서 신축 소형 아파트 쏠림 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전통적인 국민평형은 84㎡였지만, 최근 4년간 청약 데이터를 보면 무게중심이 59㎡로 뚜렷하게 이동했다"며 "공급 부족과 자금 부담, 상품성 강화가 맞물리면서 소형 평형은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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