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오쿠보 불닭 매대 사진 (사진=삼양식품)
일본 신오쿠보 불닭 매대 사진 (사진=삼양식품)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올해 2분기 국내 식품업계 실적이 공개되며 기업 간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원가 상승, 내수 침체, 고환율 등 복합적인 악재 속에서도 해외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선방했지만, 대다수의 기업이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하반기에도 제품 가격 인하 압박과 미국 관세 등에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15개 주요 상장 식품기업 중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삼양식품 △오리온 △롯데칠성 △풀무원 △남양유업 등 5개 기업에 그쳤다.

삼양식품은 2분기 영업이익률 21.7%로 업계 1위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2분기 매출은 5531억원, 영업이익은 120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0% 34% 급증했다. 전체 매출의 약 8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유통망 확대와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최근 밀양 2공장 가동으로 해외 수요 증가세를 원활히 뒷받침할 수 있게 됐다"며 "출국 다변화,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수출 물량을 점진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오리온 역시 해외 중심 전략으로 고수익 구조를 유지했다. 2분기 매출 7772억원, 영업이익 1215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15.63%를 달성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에도 불구하고, 초코파이·꼬북칩 등 K-스낵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풀무원도 2분기 매출 8391억원, 영업이익은 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16.1% 증가했다.

풀무원은 "미국 두부 시장과 중국 냉동 김밥·상온 파스타 매출이 는 등 해외 식품 부문 매출이 29.6%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사진=서울파이낸스)

그러나 위 5개 기업을 제외하곤 일제히 수익성이 악화했다. 가장 매출이 높은 CJ제일제당의 경우 매출은 4조3224억원으로 0.2% 감소, 영업이익은 2351억원으로 11.3% 하락해 4.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식품 부문 영업이익은 34% 감소했다.

이어 △SPC삼립(67.5%↓) △롯데웰푸드(45.8%↓) △매일유업(32.4%↓) △오뚜기(26.8%↓) △삼양사(28.6%↓) △대상(8.1%↓) △농심(8.1%↓) △하이트진로(5.5%↓) △해태제과(9.5%↓)도 영업이익이 줄었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삼양식품과 오리온을 제외한 13개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2%였다.

이런 상황 속 제품 가격 인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이달 11일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16개 식품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제당 업계 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B2B 설탕 가격 평균 4% 인하 사례를 소개하며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내수 침체의 장기화에 식품업계는 해외 시장 개척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은 소비 위축이 시작됐고, 수입 식품에 대한 15% 관세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또 현지 생산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은 기업들은 시설과 유통망 구축에 막대한 투자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수익성 악화는 인력 구조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로 사업을 확장한 △삼양식품(2390명→2730명) △오리온(1479명→1494명) △풀무원(528명→545명), 대상(5305명→5315명) 등 4곳을 제외하면 기업들의 전년 대비 올해 상반기 임직원 수가 2~6% 수준 줄었다. 롯데웰푸드 등 일부 기업은 올해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식품사 관계자는 "국내외 모두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 식품업계가 마진을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성장보다는 수익성 방어가 당분간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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