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농심,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 제조사들이 잇달아 소스 전문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이는 원가 절감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 K-소스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 인수로 농심의 지배구조 이슈 재점화와 지앤에프 협력사 관계 악화 등 부작용도 속출하는 모양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농심홀딩스는 '세우'의 지분 100%를 약 1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세우는 신라면을 비롯한 농심의 주요 제품에 들어가는 양념 분말과 라면용 소스, 간장·고추장·된장 등 장류를 생산해 왔다. 지분 취득 예정일은 오는 8월 1일이다.
삼양식품도 소스 및 스프 제조 전문기업 지앤에프의 지분 100%를 6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는 회사가 2015년 냉동식품업체 새아침(현 삼양스퀘어밀)을 인수한 지 10년 만에 추진하는 인수합병(M&A)이다. 지앤에프는 그동안 삼양식품의 '불닭 소스'를 포함 주요 식품사에 OEM(외주) 방식으로 라면용 분말과 스프를 공급했다.
양사 모두 라면에 들어가는 핵심 스프와 소스를 직접 관리함으로써 원가 절감과 품질·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K-소스 글로벌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미 소재 시장이 부상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조미 소재 시장 규모는 약 60조원으로 추산되며, 2030년에는 84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만 보긴 어렵다. 세우는 신동원 회장의 외가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채 농심에 신라면 스프 원재료를 납품하며 과거 '일감 몰아주기' 비판을 받았다. 2021년 농심은 공정위 감시를 피하고자 세우 등을 기업집단에서 제외했지만, 거래 규모는 유지했다.
그러나 현재는 농심이 공정 자산이 5조원을 넘기면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성장세를 감안하면 더는 감시망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세우를 다시 인수해 수직 계열화 체제를 보완하는 게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내부거래 리스크다. 인수 이후 농심홀딩스, 세우는 모두 현행법상 부당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세우는 농심향(向) 매출 비중이 약 60%로 이 매출이 모두 특수관계인 매출로 전환된다. 내부거래 규모가 농심태경(지난해 매출 2612억원·52.7%), 율촌화학(1431억원·43.8%)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현재도 농심 계열사에서 농심향 매출 비중이 40%가 넘는 곳은 7곳으로, 전체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내부거래 법정 요건에 저촉될 확률도 높아진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는 세우가 농심그룹으로 들어와 원료 등을 내재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슈다"라며 "내부거래 관련해선 좀 더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차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일 고객 리스크도 지적된다. 지앤에프는 37년 업력의 기업으로 농심, 오뚜기 등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불닭 시리즈의 성공으로 삼양식품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핵심인 소스 배합 비율은 삼양식품에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인수 후 삼양이 내재화를 추진하면 유사한 맛을 자체 구현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에스앤디는 고객사 다변화나 신제품 개발보단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인수 소식에 에스앤디 주가는 하루 만에 20% 가까이 급락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인수 완료 시점을 포함해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며 "그룹 차원에서 (지앤에프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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