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가 국내 경상용차 시장을 겨냥해 만든 티포케이(T4K)는 장단점이 뚜렷한 모델이었다. 기술·가격 경쟁력은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세부 완성도와 디자인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3일 경기 일대에서 이 차를 시승했다.
시승 과정에서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동력원인 '블레이드 배터리'였다. 표면 온도를 낮추고 산소 방출을 차단하는 구조로 일반적인 삼원계 배터리 대비 화재 안전 측면에서 우위에 있어서다. 지난해 말 중국 BYD 본사에서 직접 본 못 관통 시험에서도 차이는 뚜렷했다. 삼원계 배터리는 폭발과 함께 불이 붙었지만, 블레이드 배터리는 이상 없이 견뎌냈다.
BYD 측은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화재 건수는 0건"이라고 강조했다. 경상용차는 하루 운행 거리가 길어 과열이나 충격 등 변수에 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블레이드 배터리 안전성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다. 시승차에 탑재된 블레이드 배터리 용량은 82kWh고,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46km다.
배터리뿐 아니라 차체 전반에서도 안전성을 강화한 모습이었다. 배터리 좌우와 하부에 보호 구조물을 설치해 충격에 대비했고, 지상고는 공차 시 33센티미터(cm), 1톤(t) 적재 시에도 27cm를 유지했다. 하부 간섭 우려가 적어 비포장 도로나 요철이 많은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충전구는 조수석 뒷바퀴 부근에 위치해 후면 주차 시 손쉽게 충전기를 연결할 수 있었고, 충전 완료 후에도 어려움 없이 출차가 가능했다. 경쟁 차종인 포터 일렉트릭 충전구가 차체 옆 중앙 하단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물류 현장에서 시간과 동선을 줄이는 데 더 효율적인 배치다.
냉동탑차 사양은 구동계와 냉동기를 하나의 대용량 배터리로 통합해, 별도의 보조 배터리 없이도 운용이 가능했다. 유지보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냉동 성능도 우수했다. 실내 온도 영상 30도에서 영하 18도까지 낮추는 데 1시간가량 걸려, 통상적인 냉동 운행 준비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적재함 바닥에는 알루미늄 체크판을 적용해 미끄럼을 방지하고 표면 내구성을 강화했다. 공간 역시 넉넉해 대형 박스나 파렛트 적재가 가능했다.
가격은 6490만원이다.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본 1400만원 할인에 정부·지자체 보조금과 판매사 GS글로벌의 자체 지원금을 합치면 3000만원 정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판매량은 600여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포터 일렉트릭이 1만여대를 판매한 점을 감안하면, 브랜드 신뢰도와 품질 경쟁력이 약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실내 곳곳에서 플라스틱 사출 자국을 확인할 수 있었고, 패널 사이 간격도 일정하지 않았다. 주행 중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모터음이 주기적으로 들렸으며, 고속에서 주행 안정성도 기대에 못 미쳤다. 디자인도 아쉬웠다. 전체적인 모양새가 포터 일렉트릭과 유사해 독창성이 부족해 보였고, 이로 인해 '아류작'이라는 인상을 줬다.
기능성과 가성비를 우선하는 사업자라면 고려할 만한 선택지이지만, 완성도를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향후 품질 개선과 디자인 차별화가 뒷받침돼야 경상용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