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컨테이너선 (사진=HMM)
HMM의 컨테이너선 (사진=HMM)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부산시는 해양수산부와 HMM 본사의 이전 공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HMM 본사 이전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HMM은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국민연금공단 등 정부 기관이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본사 이전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 역시 대선 기간 중 "HMM은 민간 기업이지만 정부 출자 지분이 있어 마음먹으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일방적 추진 시 노조의 반발과 실효성 논란 등으로 인해 상당한 진통이 따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 HMM 부산 이전,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MM의 부산 이전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는 다양하게 제시된다. 현재 HMM은 부산항을 허브 항만으로 활용하고 있어, 본사가 이전하면 육상 관리조직과 현장 간 소통 시너지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도 검토 중인 만큼, 민관 지자체 간 협력 체계가 보다 원활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부산항과의 시너지뿐만 아니라, 선용품과 해운 용역 산업의 활성화, 해양금융과 물류 클러스터 조성, 그리고 지역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최대 해운사 본사가 부재했던 부산 경제계는 HMM 이전이 상징성과 실질적 파급 효과 모두에서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해외 영업 조직은 서울에 남기되, 나머지 기능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부산이 세계 해양물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HMM 해상노조 측도 이러한 의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HMM 노조는 선원 중심의 해상노조와 사무직 중심의 육상노조로 나뉘는데, 해상노조 전정근 위원장은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 산하 '해운기업본사유치단' 공동단장을 맡은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양 회장과 직접 만나 본사 이전에 대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상노조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전체 노조의 절반을 차지하는 육상노조 설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구성원 반발과 실효성 논란 = HMM 본사 이전을 두고 구성원 내 강한 반대와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HMM 육상노조는 본사 이전을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치적 폭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 측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노조의 동의도 얻었다'고 발언했지만, 이는 사실이 왜곡된 것"이라며, "해운기업본사유치단 협약식에 참석한 것을 본사 이전에 찬성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육상노조는 본사 이전이 경영 효율성과 경쟁력 확보라는 기업 본연의 판단이 아니라, 정치 논리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이들은 이전이 강행될 경우 △경영 효율성 저하 △핵심 인력 이탈 △직원 권익 침해 △법적·정책적 기준 충돌 △정부의 권한 남용에 따른 비판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주요 고객사와 금융기관이 밀집한 지역이기에,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한 글로벌 선사인 MSC(스위스 제네바), 머스크(덴마크 코펜하겐)도 항만이 아닌 내륙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HMM의 핵심 사업인 컨테이너 정기선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본사 이전만으로는 지역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HMM 육상 인력은 약 1060명 수준으로, 부산에 유의미한 일자리를 창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부산항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지역 고용 창출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항만은 항만공사, 보안업체, 운송사, 포워더, 시설관리업체 등 다양한 직업군이 연계된 생태계로, 이들 현지 노동자들은 항만 경쟁력 약화와 자동화 도입 등으로 인한 고용 불안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국가 기간산업 HMM의 미래와 복합적 이해관계 = HMM 본사 이전 논의는 단순히 지역 균형발전이나 경제 활성화 차원을 넘어, HMM의 민영화와 장기 투자 계획 등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HMM은 현재 선대 확충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글로벌 해운사들이 선박 과잉 공급에도 불구하고 선대 확대에 나서는 상황에서, HMM은 상위 10대 선사 중 신조선 발주량이 가장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유보 자금을 본사 이전과 부산 인프라 구축에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정부가 높은 지분율을 바탕으로 본사 이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향후 민영화 과정에서 인수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HMM 본사 이전은 지역 발전만을 목적으로 단순하게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다각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는 분석이다. 업계는 정부가 77%에 달하는 지분을 무기로 일방적인 결정을 하기보다는, 지방정부와 기업 구성원의 목소리를 두루 수렴해 균형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 본사 이전 문제는 자율성과 효율성, 그리고 국가 해운 경쟁력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지리적 이동을 넘어, 임직원의 사기와 기업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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