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서울 내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 대형 건설사에 밀려난 중견 건설사들에 모아타운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인 재개발 사업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데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서울 중심지에 '브랜드타운'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들이 모아타운을 통해 서울 도심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 대표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의 블록 단위로 모아 아파트처럼 단지화한 정비사업 모델이다.
기존 소규모 정비사업의 한계를 극복해 △건물 배치 △도로 정비 △공동 주차장 △녹지 조성 등 도시 기반 시설을 함께 정비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조합 설립과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해 평균 10년 이상 걸리던 사업 기간을 5년 가까이 단축했으며,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 층수 제한 등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모아타운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건설사로 꼽힌다. 서울시 모아타운 1호 사업장인 강북구 번동 1~10구역(2060가구)에서 모두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를 시작으로 △면목역3의 1~3구역(702가구) △천호1·2구역(385가구) 등에서도 시공권을 거머쥐면서 '하늘채' 브랜드 저변을 확장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총 1673가구 규모의 마장동 모아타운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달 9일 성동구 마장동 1구역(195가구)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오는 23일 시공사 선정총회가 열리는 마장동 2구역을 포함해 나머지 3~5구역 수주도 추진할 계획이다.
DL건설 또한 모아타운 사업에 집중하는 건설사 중 하나다. DL건설은 중랑구 면목동 일대 모아타운 사업장 대다수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2022년 면목2구역 모아타운을 시작으로 △면목4구역 △면목1구역 △면목6구역을 연달아 수주해 일대에 'e편한세상' 대단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건설은 쌍용건설과의 수주 경쟁을 통해 지난달 말 구로구 고척동 모아타운 4·5·6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정비사업을 통해 지하 4층~지상 25층 규모의 아파트 10개동, 총 647가구가 조성된다. 동부건설은 이번 프로젝트에 자사 주거 브랜드 '센트레빌'을 적용해 특화된 외관과 조경, 단위세대 설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고척동 모아타운 4·5·6구역을 동부건설에 내줬지만 금천구 시흥5동 모아타운 8개 구역 가운데 1·3구역을 수주한 상태다. 남은 구역 입찰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더 플래티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단 구상이다.
올해 사명을 변경한 BS한양은 지난 1월 서울 중랑구 면목역2의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사명 변경 후 첫 서울권 도시정비사업 수주로, 지하 2층~지상 10층 아파트 266가구(임대 54가구 포함)를 공급한다. 이곳은 지난해 2월 서울시 2차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뒤 5월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았다.
이처럼 모아타운은 대형 건설사들의 '텃밭'인 서울 정비사업 수주시장에서 중견 건설사들의 시장 진입 기회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역별 면적이 작아 초기 사업비가 적게 들고 공공성과 정책 연계성이 높아 사업성도 안정적인 만큼 일반 정비사업보다 위험 부담이 적다. 또 대형 건설사와의 과도한 경쟁을 피하면서도 특정 지역의 여러 구역을 일괄 수주할 경우 정비사업 대어 못지않게 자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중견 건설사들의 '곳간'으로 꼽히는 지방에서 미분양이 쌓이는 등 전반적인 수주 먹거리가 줄어든 만큼 모아타운이 새로운 생존 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17일 열린 금천구 석수역세권 모아타운(606가구)의 시공자 현장 설명회에는 △동부건설 △두산건설 △중흥토건 △동문건설 △효성중공업 △BS한양 등 6개사가 참석했다. 입찰은 이달 21일에 마감할 예정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지속 성장을 위해 수주는 필수적인데 서울 중심지 대형 정비사업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다 나눠 먹어서 중견사들은 아예 진입조차 할 수 없다"면서 "모아타운을 통해 서울 중심지에 브랜드타운을 조성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아타운은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건축 단지를 모아서 한 번에 집행하기 때문에 속도도 빠르고 커뮤니티 시설이나 지하통로 연결 등을 통해 사업성도 더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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