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기업 68곳···CEO 보수 웃도는 직원 속속 등장
'억대 연봉' 기업 68곳···CEO 보수 웃도는 직원 속속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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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키움증권 등 코로나 수혜 기업들···삼성전자 26위
연봉 상승률 13% 때 고용 1% 그쳐···'고임금·저고용' 심화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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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에도 임직원에게 억대 연봉을 준 기업이 70곳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직원도 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의 인건비는 전년보다 15% 증가한 반면, 고용은 1%대 상승에 그쳐, '고임금·저고용' 현상이 심화한 양상을 보였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 연구소는 '2020년 임직원 연간 평균 급여 1억 원 넘는 기업 현황'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2020년 사업보고서(12월 결산법인 기준)를 제출한 상장사 1700여 곳이다. 대상은 CEO급 등기임원을 제외한 미등기임원(임원)과 부장급 이하 직원(일반 직원)으로 구분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 중 미등기임원과 일반 직원을 합한 임직원의 1인당 연간 급여가 1억 원 넘는 곳은 68개사로 집계됐다. 전년(52개사) 대비 30.8%(16곳) 증가했다. 네이버, 스튜디오드래곤, 엔씨소프트, 금호석유화학, 키움증권 등이 '연봉 1억 클럽'에 새로 진입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크게 수혜를 받은 기업들이다.  

연봉 1억원을 넘긴 68곳의 총 임직원 인건비 규모는 23조 7669억 원이었다. 전년(20조 6711억원) 대비 3조 원(15%) 이상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19만 4833명에서 19만8322명으로 3489명(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건비 대비 고용이 현저히 적은 셈이다.

자료=한국CXO
자료=한국CXO

68개 기업의 2019년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609만원이었지만, 이듬해 1억1984만원으로, 1인당 평균 1374만원가량 늘었다. 연봉 상승률도 13% 수준으로, 인건비 증가분만큼 상승했다. 평균 연봉이 2억 원 넘는 곳도 5곳 등장했다. 다만 1~2위인 CJ(4억 9407만 원)와 오리온홀딩스(3억 2380만 원)의 경우, 미등기임원으로 재직중인 오너 연봉 비중이 높은 영향이다. 

CJ는 이재현 회장에게 지난해 67억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260억 원이 넘는 CJ 임직원 전체 인건비 중 이 회장 1명에게 지급한 급여 비율만 해도 25%를 넘어섰다. 임직원 전체 인건비의 4분의 1 수준을 이 회장이 챙겨간 셈이다. 

오리온그룹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너가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해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는 담 회장 14억 원, 이 부회장 11억 원으로 25억 원 정도다. 이는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의 19% 수준이고, 전체 인건비(32억원)의 78% 비중을 점한다. 

이들 기업 다음으로 DSC인베스트먼트(2억2133만원)와 셀트리온헬스케어(2억1402만원), 부국증권(2억641만원) 등이 평균 연봉 2억원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은 사업보고서에 임직원 평균 급여액을 1억9000만원으로 명시했지만, 실제 288억원대 인건비를 임직원 135명으로 나눈 평균 금액을 계산해보면 2억원이 넘었다.

이외에 △한양증권(1억 8150만 원) △에이티넘인베스트(1억 7077만 원) △LG(1억 6528만 원) △메리츠증권(1억 6247만 원) △KB금융지주(1억 5487만 원) △BNK금융지주(1억 5363만 원) △한국금융지주(1억 5326만 원) 등 순으로, 주로 금융권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높게 나타났다.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1억2656만원으로, '1억 클럽' 68개 기업 중 26위에 그쳤다. 카카오의 평균연봉은 지난해 1억799만원으로, 전년(7999만원) 대비 35%(2800만원) 상승률을 보였다. 지주사·금융사 등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헬스케어(1억9823만원) △한양증권(1억6557만원) △CJ(1억6203만원) △부국증권(1억6111만원) △메리츠증권(1억4248만원) △신한지주(1억3422만원) △BNK금융지주(1억3313만원) △KB금융지주(1억3313만원) △우리금융지주(1억2921만원) △삼성증권(1억2789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국내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체에서 임직원 임금을 지속적으로 높이게 되면 장기적으로 인건비가 증가해 회사 경쟁력 동력은 예전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제조업체는 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감으로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을 더욱 가속화해, 고용은 늘지 않고 임금만 올라가는 '고임금 저고용' 구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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