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의 장보고-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의 장보고-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한국의 양대 조선·방산 기업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33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 '원팀'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두 기업은 이번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 배'를 탔다. 갈등을 봉합하고 손을 맞잡은 배경에는 한국 해양 방산 산업의 세계화라는 더 큰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5일(현지 시각)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2035년까지 3000톤(t)급 잠수함 4척을 공급하겠다는 미요청 제안서(unsolicited proposal)를 올 3월 캐나다 정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CBC에 따르면 두 회사는 단순한 선박 공급을 넘어, 캐나다 현지에 정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국민 고용도 확대하겠다는 '현지화 전략'을 내세웠다. 이는 캐나다 정부의 방산 조달 정책 방향성과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이번 사업은 캐나다가 추진 중인 '초계 잠수함 사업(CPSP·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의 일환이다. 기존 6척의 '빅토리아급' 노후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3000t급 신형 잠수함 8~12척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사업 규모는 30조~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주요 방산국가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현재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의 방산 강국들이다. 캐나다 해군은 냉수 작전능력, 장기 운항, 탐지 회피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3000t급 잠수함(KSS-III)을 기반으로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국제 수주 경쟁에 불이 붙었다.

두 회사는 과거 경쟁 관계였던 만큼 이번 '원팀' 구성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양사는 지난해 해군 차기 구축함(KDDX) 입찰 과정에서 고소전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수조원대 글로벌 프로젝트 앞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방위사업청의 중재 아래 협력 체제로 전환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 열린 '한-캐나다 방산군수공동위'에서 "양사가 공동 참여해 캐나다 해군의 요구에 부합하는 최적의 제안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의 KSS-III CA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의 KSS-III CA (사진=HD현대중공업)

양사가 이번에 제안한 KSS-III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최초의 중형 잠수함이다. 수직 발사 시스템(VLS) 탑재와 장거리 작전 능력 등에서 성능이 입증돼, 한국 해군은 물론 해외 수출 가능성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잠수함 설계 및 건조 능력 외에도 한화의 통합 무장체계와 현대의 추진 시스템 기술이 결합되면, 기술력 측면에서도 유럽 강국들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공동 진출은 단순히 양사의 해외 진출 확대를 넘어 한국 방산 산업 전체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각 사가 독자적으로 수출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원팀 코리아' 체제를 통해 글로벌 수주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캐나다는 북미 방산 시장의 주요 거점이자 나토(NATO) 회원국으로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며 "이번 사업이 성사될 경우, 한국 방산 기업이 미국·유럽을 넘어 글로벌 핵심 방산 공급망에 진입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캐나다 정부는 사업의 구체적 스펙이나 업체 선정 일정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다. CBC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국방부는 "다양한 제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측은 "캐나다 정부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제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도 "이번 사업은 단순한 수출을 넘어 파트너십 기반의 장기 협력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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