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HD현대가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보틱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만성적인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생산 효율성과 품질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오는 2030년까지 울산 조선소를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로 탈바꿈시키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기술을 설계부터 제작, 검사까지 전 공정에 통합해 생산성은 30% 높이고, 선박 건조 기간은 30%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 조선소의 핵심은 로보틱스 기술이다. HD현대는 지난해 말 울산 용연공장에 자동화 용접로봇 시스템을 본격 도입하며 관련 기술 상용화를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3D 스캐닝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이 최적의 용접 경로를 스스로 계산하고, 복수의 로봇이 충돌 없이 협업할 수 있도록 작업 영역을 자동으로 배분한다.

뿐만 아니라 수평·수직 등 다양한 방향의 정밀 용접이 가능하며, 디지털 특수 용접 기술을 통해 슬래그(용접 불순물) 발생을 줄이고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한다.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의 사전 검증, 3D CAD 데이터 연계, 영상 인식 기반 자동 용접선 생성 등도 고정밀 공정을 뒷받침하는 주요 요소다.

HD현대삼호에서 로봇이 용접하는 모습 (사진=HD현대)
로봇이 용접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사진=HD현대)

이 같은 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HD현대는 조선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바로 정밀 용접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AI 기반 로봇 전문기업 페르소나 AI, 로봇 엔지니어링 기업 바질컴퍼니와 손잡고 차세대 정밀 용접 로봇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각 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다. HD현대는 용접 자동화 기술과 현장 실증을, 페르소나 AI는 로봇 하드웨어와 AI 제어 시스템을, 바질컴퍼니는 특수 용접 도구 설계와 테스트 플랫폼 구축을 각각 맡는다.

시제품은 2026년까지 개발 완료하고, 2027년부터는 울산 조선소에서 본격 실증에 돌입할 예정이다. HD현대는 이 휴머노이드가 고난도의 정밀 용접은 물론, 고열·고위험 등 인간이 기피하는 작업 환경에서도 대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로봇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조선소 자동화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인력 수급의 불확실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열쇠"라며 "HD현대의 선제적 행보가 글로벌 조선 시장 경쟁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밀 용접 휴머노이드는 스마트 조선소의 ‘심장’이 될 기술"이라며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는 조선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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