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HD현대가 방산 및 상선 분야의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유지보수·정비·운영)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한화오션과의 정면 승부에 나섰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최근 주요 계열사들을 통해 방산·상선 부문 MRO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MRO 사업이 조선업계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주목받으면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주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재조명 받는 MRO, HD현대가 한발 늦게 나선 이유 = MRO 시장은 과거 단순 정비·수리의 개념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기술 고도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군함, 해양경비함, 대형 상선 등에서 이뤄지는 정기 정비, 성능 개선, 전투체계 업그레이드 등은 수천억원대 단위 사업으로 이어지며 조선업계의 새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MRO 산업은 초기 건조보다 낮은 투자비로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방산·상선 모두 정비 주기가 수년 단위로 반복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건조업을 능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오션은 이러한 흐름을 일찍 간파해 지난해부터 해군의 기존 함정 성능개량 사업과 수리전담 사업을 연달아 따내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국방 MRO 민간개방 기조가 확산되면서 민간 조선소들이 앞다퉈 관련 역량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HD현대의 MRO 진출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그동안 군함 건조 분야에서 해군의 핵심 파트너로 활약했지만, 정작 함정 유지보수·개량 시장에서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다. 조선업계는 이를 두고 "핵심 역량이 건조 중심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선박 발주량이 줄고, 해양 방산 분야에서도 신조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되면서, HD현대는 건조 중심 구조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수익구조 다변화에 본격 착수했다. MRO 시장 진출이 바로 그 해법 중 하나다.
HD현대 관계자는 "그간 축적해온 함정 건조·시운전·성능검증 기술은 MRO로 전환하기에 최적의 자산"이라며 "단순 정비를 넘어선 '프리미엄 MRO' 전략으로 수익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계열사 결집해 'MRO 얼라이언스' 띄운다 = 이번 MRO 진출의 핵심은 HD현대 계열사 간 유기적 협업 구조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설계 및 건조 기술,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개조와 디지털 유지보수 솔루션을 담당하게 된다.
이를 통해 HD현대는 군함은 물론, LNG·LPG선, 컨테이너선 등 상업용 선박의 수리 및 개량 수요까지 전방위로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해군이 추진 중인 '노후 함정 성능개량 사업', 해경의 '경비함 정비 통합발주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겨냥해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를 위해 울산 조선소 내 MRO 전담 설비와 인력을 보강하고, HD현대마린솔루션을 통해 디지털 진단 및 예지정비 시스템까지 접목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단순 수리 위주의 사업이었지만, 앞으로는 AI 기반 진단, 맞춤형 개량, 스마트 유지관리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전략이다.
조선업계는 MRO가 조선업계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 축적이 핵심인 만큼 후발주자라도 제대로 준비하면 단기간 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조는 발주 사이클에 따라 부침이 크지만, MRO는 계약만 따내면 수년간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리스크 관리에도 유리하다"며 "HD현대가 MRO에 본격 가세함에 따라 향후 조선업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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