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미국 워싱턴DC에서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해군성 고위 관계자들과 미국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최근 미국이 자국 조선업 부활을 외교·안보 차원에서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키는 가운데, 한국 조선소에 군함과 상선 건조를 직접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신종계 HD한국조선해양 기술자문(세계 조선전문위원회 의장),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 등은 14일까지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리는 '2025 셀렉트USA 투자서밋'에 참석 중이다. 

이번 행사는 미 상무부가 주최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 박람회로, NSC·해군성 핵심 인사를 비롯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 등 주요 정관계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미국 내 조선업 투자와 동맹국 기술 활용 방안을 중심으로, 별도의 ‘조선산업 라운드 테이블’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이 조선업 재건을 위한 글로벌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국내 조선업체들의 역할 확대가 주목된다.

미국은 현행 '번스-톨리프슨 수정법'과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해외에서 건조된 선박의 자국 항로 운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연설에서 "조선 강국에 최첨단 선박을 주문하겠다"고 밝힌 이후, 한국 등 우방국 조선소에 예외 적용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미국 내 조선기반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1억 달러에 인수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상선 건조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고 있으며, 최근엔 미국 내 군함 조선소를 운영 중인 호주 오스탈(Austal)의 지분 9.9%를 매입했다. 캘리포니아 오스탈 조선소를 통해 미 해군 수리·건조 체계에 본격 진입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 역시 미국 방산 조선업체 '헌팅턴잉걸스'와 협업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조선 인력 파견, 하청 공급망 재건, 공동 수주 등 전방위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용 쇄빙선, 원유 운반선, 이지스급 구축함 등은 한국 조선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라며 "미국 측에 한국 내 건조 또는 기술 공동 개발을 적극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발표한 '미국 해양 지배력 강화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Maritime Dominance)'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명령문 제8조에는 동맹국 조선소의 미국 내 투자 유치를 위해 모든 인센티브를 검토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번 투자서밋을 기점으로, '한국 기술+미국 안보' 연계 모델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법령 개정 및 의회의 승인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국내 주요 업체 한 임원은 "한국 조선소는 이미 글로벌 해군력 재편의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번 협의 결과가 향후 미국 내 조선 인프라 복원과 한국 조선산업의 북미 시장 확장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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