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국내 방산 업체들이 역대급 1분기 실적을 올렸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산하는 가운데, 각국 군비 확장 움직임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는 국내 방산 업체들이 안정적 공급망과 무기체계 고도화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국내 방산 빅4 올해 1분기 합산 매출 추정치는 8조3700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907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2%, 360.6% 급증했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각 사의 수주 확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적 호조는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뿐 아니라 인도·파키스탄 간 무력충돌 등 군사적 긴장 확산에 따라, 국내 방산 업체들에 더욱 유리한 수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방산 빅4의 2분기 합산 매출 추정치는 9조1003억원, 영업이익은 1조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2%, 72.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각각 8.7%, 13.3% 증가세다.

실제 업체들은 글로벌 수요 확대에 발맞춰 수출 확대와 현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러·우 전선 인접국인 폴란드로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 공급량을 늘리고 있고, 유럽 각국의 재무장 움직임에 발맞춰 현지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에서는 현지 방산 업체와 K9 자주포 2차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노후화 대공포 교체 사업 진출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이집트, 호주 등에서도 수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KAI는 상반기 중 KF-21 후속 20대에 대한 양산 계약 체결이 유력하며, 필리핀과의 FA-50 추가 수출 계약도 가시권에 들어섰다. T-50 및 FA-50 계열기는 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 등에서 수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수리온 헬기도 중동 및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KF-21은 독자적 기체 설계를 기반으로 해외 각국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LIG넥스원은 연구개발비 처리 방식에 따른 일부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수출 비중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아랍에미리트(UAE)에 공급하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매출 본격화와 대형 정밀 유도무기 초도 양산 및 미국향 비궁 수출 사업 등 주요 국내외 프로젝트가 잇달아 추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와의 2차 계약(약 9조원 규모)에 이어 루마니아(250대, 약 4조5000억원)와의 수출 협상도 가시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슬로바키아가 폴란드 생산 K2 전차에 대한 구매 의향서를 체결하며 유럽 내 추가 수주 기대를 높이고 있다. 부품 국산화를 바탕으로 한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시장 진출도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방산 업체들이 1분기부터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유럽에서 무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인도와 중동 지역에서도 수출 기회가 계속 늘고 있어 수출국 다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실적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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