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100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식화한 재계가 인수·합병(M&A)에도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그동안 쌓아 놓은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육성·신시장 개척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일인 7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이번 출장은 오는 18일까지 약 2주간 일정으로, 삼성이 밝힌 이 부회장의 공식 목적지인 네덜란드를 비롯해 영국·독일부터 북유럽까지 아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중동을 찾은 이후 반년 만에 글로벌 현장 경영에 다시금 시동을 건 셈이다.
향후 5년간 450조원이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가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사실상 멈춘 삼성의 대형 M&A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이미 여러 차례 대형 M&A를 예고해왔고, 최근에도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M&A가 진행 중임을 재확인했다.
우선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네덜란드에는 그동안 삼성의 유력 M&A 대상 후보로 꼽혀온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가 있는 만큼 M&A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외에 독일이나 영국 등 주변 국가를 찾을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독일에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영국에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이 있다. 특히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M&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매물로 꼽힌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한 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최대 400억달러(약 50조원)에 매각하려 했으나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인텔, 퀄컴, SK하이닉스 등이 ARM 지분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다. ARM 몸값이 천문학적 수준인 데다 규제 당국 등을 의식해 주요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터라 기업 간 합종연횡이 펼쳐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서울에서 만나 양사 협력방안을 논의하면서 ARM 인수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이 124조원에 달하는 데다 시스템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인 만큼 ARM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은 향후 5년간 450조원의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고성능·저전력 AP 등에 필요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투자 계획과 관련, 이 부회장은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다. 앞만 보고 가겠다"고 언급하면서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공격적인 투자로 몸집을 불려온 SK그룹도 M&A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2020년 인텔 낸드 사업부, 2021년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키파운드리 인수 등을 이끈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ARM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박 부회장은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에서 파운드리와 함께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ARM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SK하이닉스는 2018년 SK로부터 3086억원에 구입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SK U-타워를 5072억원에 SK리츠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번 매각은 재무 건전성 개선과 시설 투자 및 M&A 등을 위한 현금 마련 차원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1분기 말 5조4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5조6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LG전자도 M&A 등을 통해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LG는 배터리·배터리 소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데이터,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등을 미래 성장 분야로 꼽고 집중 육성할 방침인 만큼 해당 분야에서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LG는 LG전자 HE사업본부를 시작으로 약 한 달간 '전략보고회'에 들어갔는데 이번 보고회를 통해 미래 준비를 위한 M&A 등 투자 전략이 언급될 가능성도 나온다. 전략보고회는 구광모 LG 대표와 계열사 경영진들이 사업·기술·고객 포트폴리오 등 중장기 사업전략을 논의하고 그룹 차원의 미래 준비를 심도 있게 살펴보는 자리다.
전략보고회에선 3년에 1회 이상 주요 계열사 혹은 사업에 대한 전략 재정비와 미래 준비에 대한 점검이 이뤄진다. 구광모 대표는 이번 전략보고회에서 각 계열사가 마련한 분야별 전략 방안을 경영진들과 논의하고 중장기 투자와 채용도 계획한 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강하게 독려할 예정이다.
LG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LG화학도 최근 배터리 소재 육성을 위해 기술력과 시장성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M&A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은 1분기 말 현재 9조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3월말 기준 매출 상위 20대 기업(금융사 및 공기업 제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26조원에 달했다. 이는 2년여 전인 2019년 말 대비 33.4%(56조2000억원)나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재계 매출 규모 1위인 삼성전자가 124조원으로 현금성 자산 규모순으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2019년 말 103조1000억원보다 20조9000억원(20.3%) 늘었다.
이 가운데 최근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과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CJ, 코오롱 등 13개 그룹은 총 1084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상당히 커진 만큼 M&A 등 사업 확대에 한층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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