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유럽 출장 마치고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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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간 네덜란드 등 방문···"차 업계 변화 피부로 느껴"
"ASML 반도체연구소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기술 확인"
(사진=박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했다.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아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11박12일 간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급변하는 시장과 심화하는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술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기간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배터리, 자동차 업계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부회장은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취재진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좋았다"며 "고객들도 만날 수 있었고 유럽에서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들과 영업 마케팅하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일정과 관련해 "몸은 피곤했지만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가고 BMW 고객도 만났고 전장 회사인 하만 카돈도 갔다"며 "자동차 업계의 변화, 급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제일 중요했던 건 ASML(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하고 반도체 연구소(imec)에 가서 앞으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느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선 못느꼈는데 유럽에 가니까 러시아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며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삼성) 할 일은 좋은 사람 데려오고 조직이 그런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향후 5년간 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바이오와 신성장 정보기술(IT) 등 미래 신사업 중심으로 450조원 투자를 결정한지 2주만인 지난 7일 유럽 출장을 떠났다.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을 통해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선 건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6개월만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기간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글로벌 공급망 확대, 대규모 인수·합병(M&A) 관련 논의 등이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 신사업 관련 기술 개발 현장을 살피며 사업 기회도 살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뒤 헝가리에 가장 먼저 들러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 거점 현장을 점검했다. 이어 곧바로 독일로 향해 완성차 업체인 BMW를 방문했다. 전기차로 전환 중인 자동차 업계를 살피면서 배터리 사업의 미래를 점검하는 한편 BMW와의 사업 협력 강화를 모색했다.

(사진=박시형 기자)
(사진=박시형 기자)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분야도 중점적으로 살폈다.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를 찾아 마르크 뤼터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를 연이어 만나 극자외선(EUV) 장비의 원활한 공급을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피터 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ASML 경영진과 만나 미래 반도체 트렌드와 중장기 사업전략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도 배석했다.

ASML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EUV 장비 수급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핵심 과제가 되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장비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이 부회장은 뤼터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ASML 장비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속에 삼성전자가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의 장비 확보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EUV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ASML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회사가 추진하는 '반도체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부회장은 이튿날인 15일 벨기에의 유럽 최대 규모 종합 반도체 연구소 아이멕(imec)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의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는 반도체 외 AI, 바이오, 에너지 등 미래 전략사업 분야 신기술 개발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삼성전자가 대형 M&A를 예고한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성과도 주목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M&A 진척을 이뤘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의 NXP, 독일의 인피니언 등을 인수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암(ARM)도 인텔 등과 협력해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삼성은 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이런 투자에 대해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다. 앞만 보고 가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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