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분초단위' 美 정·재계 종횡무진한 이재용···방미 성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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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간 동분서주···美 파운드리 신공장 이번주 발표
백악관 비롯 MS·아마존·버라이즌·모더나 인사들 만나
인사·조직 개편 등 과제 산적···"경영 복귀 임박" 관측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서울 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오전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서울 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5년 만에 미국 출장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4일께 귀국해 내놓을 '대미투자 보따리'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삼성전자가 6개월 가까이 고심해온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2공장 투자 최종 부지를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부터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이 현지 고위급 정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삼성의 대형 투자 계획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삼성 안팎으로 정기 임원인사 및 조직 개편 단행, 글로벌 전략회의와 내년도 경영 계획 수립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이 부회장의 '뉴 삼성' 경영 행보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 美 정재계 핵심인사 잇단 회동···"반도체2공장 곧 발표"

22일 삼성전자와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부여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백악관이 외국 기업의 대표를 개별적으로 초청해 핵심 참모들과의 면담 일정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79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급망 자료를 요청했으며 삼성전자도 시한 전에 자료를 제출하고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미국 파운드리 공장투자를 사실상 결정하고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백악관 측에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을 공식화한 뒤 6개월여간의 오랜 논의와 고심 끝에 이번에 투자안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전날인 18일에는 연방의회에서 핵심 의원들을 만나 반도체 인센티브 관련 법안 통과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법안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의한 반도체생산촉진법(칩스 포 아메리카)으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연내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 등 미국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 미국 이외 국적의 반도체업체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2공장 후보지역인 텍사스주정부 등이 10~20년 동안의 세금감면안을 제시한 가운데 연방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법안이 최종 변수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23일이나 24일 귀국한 뒤 미국 반도체 제2 공장 투자 지역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총 2억9200만 달러의 재산세 절감 혜택 인센티브를 내건 테일러 시를 최종 용지로 확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을 만난 미 의회 소식통은 "공장 후보지를 압축해 금명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워싱턴D.C에서의 미팅을 마친 후 미국 서부로 넘어가 20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경영진과 연쇄적으로 만났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는 반도체와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아마존 경영진과 만나서는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미국 방문은 2016년 7월 글로벌 기업가들의 비공개 모임인 '선밸리컨퍼런스' 참석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 자격으로 현지 기업인은 물론, 워싱턴D.C의 핵심 정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공급망 안정 노력과 한미 우호 증진에 기여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면서 삼성의 위상을 한층 더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 '뉴 삼성' 위한 미래 투자 속도 전망 

재계는 이 부회장의 방미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신규 반도체공장을 최종 결정함과 동시에 뉴 삼성 비전을 향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 시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삼성이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는 2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재판 전까지 미국에 더 머무르며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회동을 이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14일 오전(현지시간) 해외 출장 첫 일정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들려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AI는 삼성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IT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기술 역량을 확대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토론토에서 저명한 컴퓨터 비전 전문가이자 토론토 대학교 컴퓨터 사이언스 학장을 역임한 스벤 디킨슨(Sven Dickinson) 토론토 AI 센터 센터장, 앨런 젭슨(Allen Jepson) 토론토 AI 센터 부사장 겸 수석과학자 등으로부터 연구 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미국으로 날아간 이 부회장은 16일과 17일 삼성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바이오와 통신 분야 기업을 잇따라 만나기도 했다. 먼저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조와 향후 추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모더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다.

17일에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의 미국 뉴저지주 본사를 방문,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CEO 등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버라이즌은 삼성전자와 5G 이동통신 장비 포함 솔루션을 수주 계약을 맺은 협력사다. 

이 부회장은 미국 현지 기업가들과 추가 회동을 갖고 24일께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오른쪽)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오른쪽)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 국내 경영 복귀 신호탄 될까?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이 국내 경영 복귀의 신호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출장에서 복귀한 뒤 이 부회장이 챙겨야 할 굵직한 그룹 현안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당장 내달 초 삼성그룹 계열사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이 예정돼 있다.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라 뉴 삼성 비전에 속도를 낸 만큼 이번 인사에도 그의 미래 구상이 대폭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대적인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 이후 처음 진행하는 임원 인사인 만큼 변화의 메시지를 대외에 전달하기 위해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와 조직개편을 위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용역 결과가 임박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맞물려 인사 폭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삼성은 BCG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내부 검토를 마치고 이를 토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옛 미래전략실(미전실)을 대체해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EPC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를 총괄할 '통합 콘트롤타워'가 구성될 가능성도 나온다.

인사가 마무리되면 내달 중순 글로벌전략회의에서 내년도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상반기)과 12월(하반기) 두 차례 국내외 임원급 경영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업 부문별 현황과 업황을 점검하는 자리다. 특히 연말 정기 인사 뒤에 진행되는 12월 회의는 내년도 사업계획과 맞물려 있어 더욱 중요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인사제도 개편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가 소개한 개편안 추진 방향에 따르면 임직원 고과평가에서 절대평가를 확대하고, 기존 상급자가 하급자를 일방 평가하는 방식에서 상호 평가 방식인 '동료평가제' 도입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 밖에 삼성이 인사제도를 개편하면서 직급체계 폐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삼성 안팎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 나서 현지 투자의 물꼬를 트고 삼성그룹의 쇄신도 진행 중이어서 그의 경영 복귀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 출장을 두고도 일각에선 '취업제한' 조항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 만큼 국내 경영 활동에 다소 신중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2월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5년을 통보받아 삼성전자 등기 임원으로 활동할 수도 없다. 이번 미국 출장도 법무부의 승인을 받고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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