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미국과 중국이 14일부터 상대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본격 부과할 방침이다. 양국 갈등이 해운 및 조선 분야로 번지면서 글로벌 물류 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에도 비용 부담과 운항 전략 변경 등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 선박에 대한 입상 수수료 부과를 시행할 방침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해운·조선 보조금 관행을 억제하고 자국 산업을 부활시킨다는 명분으로 해당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STR은 중국 선사 소유 및 운용 선박과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해 순톤수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다. 해당 수수료는 단계적으로 인상돼 2028년에는 140달러에 달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 운반선(PCTC)의 경우 중국 외 지역에서 건조된 선박에도 톤(t)당 46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선박당 연간 5회까지 적용되며, 납부 유예 기간은 오는 12월 10일까지다.
중국도 같은 날 미국산 선박에 대한 보복성 조치에 나섰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미국 기업·단체·개인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 미국 국기 게양선, 미국 건조 선박에 t당 400위안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해당 수수료도 단계적 인상을 통해 2028년 최대 1120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운수부는 이번 USTR의 조치에 대해 "국제무역의 기본과 중미 해운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이에 대한 대응은 중국 산업의 권익과 국제 해운의 공정한 경쟁환경을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내 해운업계는 이번 조치로 운항 비용 상승과 물동량 위축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HMM, 팬오션 등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미국산 또는 중국산 선박 보유 비중이 낮아 수수료 자체의 직접적 타격은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터미널 운용 비용 상승, 운임 재협상 압력, 화물 흐름 위축 등 간접적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양국의 정책이 비용 구조에 반영되면 해운 운임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물동량 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해운사 중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곳은 자동차 운반선 비중이 큰 현대글로비스다. 현대글로비스 총 96척(2024년 기준)의 자동차 운반선을 운용 중이며 그중 30여 척이 미국 항로에 투입되고 있다. 7000CEU(1만9322t)급 선박을 기준으로 입항 수수료를 추정하면 한 번 입항에 88만8800달러(약 12억7000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연간 5회 제한을 감안해도 선박당 64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전체 부담은 연간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12월까지 유예 기간이 있어 수수료를 당장 내지 않아도 된다"며 "당사 자동차운반선의 적재 및 운항 효율성 제고와 글로벌 동종 선사 및 화주 등과 협의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 심화로 글로벌 해운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양국의 이같은 강경한 견제는 이달 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이번 입항 수수료 외에도 중국산 항만 크레인 크레인에 100% 관세를 확정했고 일부 항만 장비에는 150%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 항만 장비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국에 또다른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이는 국내 조선 및 항만 장비 기업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될 것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과 중국의 조치가 국내 해운업계에 당장의 피해로 작용하지 않더라도 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양국의 이러한 견제가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국내 조선 및 항만 장비 업계는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할 기회이자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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