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예온 기자] 건설 경기 침체와 고금리·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동부건설이 △R&D 강화 △원가 혁신 △수주 다각화라는 3박자를 통해 차별화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윤진오 대표이사의 결단과 실행력이 기업 체질 개선과 실적 개선의 중심축으로 평가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부건설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2023년 243억원에서 2025년 2분기 425억원으로 75% 늘었다. 매출 대비 비중은 2.48%에서 5.56%로 뛰어올랐다. 이는 동종 중견 건설사 4곳 평균치와 비교할 때 무려 13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와 관련 윤 대표는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원가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동부건설의 R&D는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원가 구조 개선과 시공 효율화, 친환경·스마트 건축 대응을 위한 종합 전략의 일환으로 작동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설계·시공 첨단화, 스마트 안전관리 체계 구축 등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데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며 "R&D 성과가 결국 원가 절감과 품질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장기적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효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동부건설은 2025년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8294억원, 영업이익 1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0%, 14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 100%를 넘어섰던 원가율은 올해 87%로 내려앉았다. 부채비율도 32% 가까이 줄며 재무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박영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부건설의 원가율 개선은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이례적인 수준"이라며 "향후 평균 수준으로 마진이 회귀하더라도 올해 실적은 크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윤 대표가 강조해온 '전사적 원가 혁신 드라이브'와 직결된다. 원가 구조 개선과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이 시공 현장에 반영되면서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수주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눈에 띈다. 동부건설의 2025년 상반기 수주 총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공공·민간·도시정비·해외 등 전 영역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
공공 부문에서는 △LH 평택고덕 (1543억원) △부산신항~김해 고속국도 공사(2373억원)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냈다. 민간 부문에서도 △오뚜기 백암 물류센터(1120억원) △삼성메디슨 홍천공장(382억원) 등을 확보하며 입지를 넓혔다. 도시정비 분야에서는 개포현대4차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며 정비사업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공종별·발주처별로 고르게 분산된 수주 포트폴리오가 실적 개선은 물론, 현금흐름 안정과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수주실적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중견·중소 건설사의 해외 수주 실적이 지난 10년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동부건설이 베트남 미안~까오랑 도로 건설사업(1104억원)을 수주해서다. 이 프로젝트는 왕복 4차로 도로와 18개 교량을 포함한 연장 26.6km의 대형 사업으로, 중견사가 단독으로 수주하기 쉽지 않은 규모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위주로 편중된 해외 건설 시장에서 동부건설이 기술력과 시공 역량을 입증하며 차별적 위치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의 해외 진출 기업 수는 최근 10년간 17.4% 감소했고, 해외 수주 실적도 2012년 19억 달러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런 환경에서 동부건설의 독자적 해외 수주는 상징성이 크다.
정부가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도급형 민간참여사업 확대 등 중견사에 유리한 시장 재편을 추진하는 점도 주목된다. 발주 구조가 공공 중심에서 민간 협력형으로 확장되면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중견사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위원은 "정책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중견사가 유리할 것"이라며 "동부건설은 민참사업의 참여도가 높아, 민참사업은 PF 보증 부담없이 중고이 빠르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만큼 동부건설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동부건설의 성과는 윤진오 대표의 리더십과 직결된다. 그는 단기 실적에 치중하기보다, 원가 혁신과 기술 투자라는 장기 전략을 밀어붙이며 회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 결과 실적 반등과 수주 확대, 해외 진출 성과까지 이어지면서 윤 대표의 전략이 성과로 검증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 경기 불확실성과 정책 변수 속에서 향후 성장세를 이어갈지는 여전히 과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동부건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는 윤 대표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