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여의도 시내의 아파트 전경. (사진=박소다 기자)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시내의 아파트 전경.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예온 기자] 정부의 규제 강화와 원자재·인건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서울 정비사업 현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공사비 증액과 조합원 분담금 증가가 불가피해지자 건설사와 조합 간 갈등이 심화되고, 정비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안전관리 강화와 ZEB(제로에너지빌딩) 5등급 인증 의무화 등 추가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정비사업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해 합동 단속에 나섰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원도급사의 책임이 가장 중요하다"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가 강화될수록 조합원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거환경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평당 842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12.3% 급등했다. 2020년 대비로는 무려 59.4% 오른 수치다. 실제 올해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도 지난 3월 인건비와 자재비 반영으로 1.6% 인상됐다. 서울 정비사업장의 평균 공사비 상승이 조합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사업 추진 속도가 한층 늦춰질 수 있다.

자재값 역시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표누리 e-나라지표에 따르면 철근 가격은 2015~2020년 평균 89만5200원에서 2021년 급등 후 2021~2024년 평균이 137만2100원으로, 53.2%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치솟으면서 공사비 압박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건설업 임금은 지난해 초보다 4.8%(약 1만3000원) 상승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률(1.7%)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은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7월까지 접수된 공사비 증액 검증 요청은 38건으로, 지난해 전체(36건)를 이미 초과했다.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자재·인건비 폭등 이후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정비사업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실제 GS건설,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올해 공사비 인상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업계는 "향후 신규 계약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문제는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다. 공사비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적자 위험이 커지고, 이는 곧 수주 기피로 이어진다. 특히 성수·강남 등 인기 지역을 제외하면 사업성이 떨어져 시공사 선정조차 어려워 정비사업이 무산될 공산이 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공사비 기준이 달라지면 잡음이 불가피하다"라며 "의무적 비용 지출이 늘어날수록 정비사업 참여는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공사비 책정은 현행 구조가 유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기존 수주 계약 사업의 경우 조합·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협상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설사들은 이번 규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수주전에서 시공 일정과 단가 관리 측면의 경쟁력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