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압구정2구역 한강변 단지 전경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압구정2구역 한강변 단지 전경 (사진=현대건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10대 건설사가 올해 38조원 이상의 재건축·재개발 일감을 확보했다. 올해 6월까지 28조원 가량이었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을 3개월 만에 10조원 더 쌓았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각각 8조원대 중반, 7조원대 중반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 최초 '연간 10조원 수주' 달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모습이다.

29일 서울파이낸스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수주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날까지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38조71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10개 건설사의 연간 수주액(27조8702억원)보다 38.9% 늘어난 액수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선두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특히 현대건설은 지난 27일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2조7488억원)과 전북 전주시 전라중교 일원 재개발(총 7332억원 중 현대건설 지분 4033억원) 사업을 수주했다. 

하루 만에 3조원이 넘는 수주액을 쌓아 올해 누적 정비사업 수주고는 8조6878억원으로 늘었다. 이로써 올해 처음으로 삼성물산을 누르고 도시정비 수주 1위 자리를 탈환했다. 6년 연속 도시정비 1위 기록을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삼성물산의 추격도 거세다. 같은 날 삼성물산은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4가 재개발(총 9346억원, 삼성물산 지분 4673억원)을 수주, 올해 누적 수주 실적이 7조5501억원으로 뛰었다.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에 각각 1조원 이상 규모의 한남4구역 재개발, 신반포4차 재건축,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등을 비롯해 7, 8월 들어 신정1152재개발과 서초 삼호가든5차 재건축, 개포우성7차 재건축(6757억원) 등 시공권을 확보해 수주액 1위를 지켜왔다. 

두 건설사의 수주 행보에 따라 연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10조원을 넘는 건설사가 사상 처음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은 1개 분기 동안 추가 대형 수주 결과에 따라 최종 승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2구역 및 장위15구역과 같은 핵심 정비사업지를 중심으로 선별적·수익 중심의 수주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다년간 쌓아온 도시정비 노하우로 조합원들에게 최고의 주거 품질과 차별화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에 5조원이 넘는 재건축·재개발 시공권을 따낸 포스코이앤씨도 이달 1건의 일감을 추가했다. 현대건설과 함께 전북 전주 전라중교 일원 재개발을 통해 3299억원의 수주고를 쌓았다. 올해 포스코이앤씨의 수주액은 5조3601억원에 달한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3개월 새 조 단위 수주를 더했다. GS건설은 지난 6월 말 기준 2조1949억원이었던 수주액을 5조1440억원까지 늘렸다. 지난 7월에 1조6427억원 규모의 잠실우성아파트 1·2·3차 재건축을 수주한 데 이어 이달 4082억원의 부산 사직3구역, 5836억원 규모의 쌍문역 서측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시공권을 확보한 결과다. 아울러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신당10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권을 얻어내 3146억원의 일감을 더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총 3조7874억원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하반기 들어서만 신당10구역(3022억원), 대전변동A구역(9602억) 등을 따내 1조2624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반면 롯데건설과 DL이앤씨는 상반기 이후 시공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두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시공권 확보 실적은 각각 2조9521억원, 2조6830억원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공사비가 2453억원의 천호 532-2 일대 재개발 사업과 함께 이달 청파1구역 재개발(3556억원), 문래동4가 재개발(4673억원)을 수주했다. 이에 상반기 8673억원에 그쳤던 수주액도 2배 이상 늘어난 1조8717억원을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날까지 도시정비사업에서 6793억원을 수주했다. 면목7구역 재개발과 시흥1동 모아타운 3, 4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유일하게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없다. 올해 초 도로 공사 현장 사고 이후 지난 4월 말부터 중단한 주택사업 영업활동을 5개월 가까이 재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활동 중단에도 불구하고 10대 건설사의 연간 도시정비 수주액이 전년 대비 10조원 이상 늘어난 40조원 안팎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년 간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전략을 강화해 왔는데 올해는 강남·용산 등 대형 사업지들의 시공사 선정이 몰리며 건설사 간 수주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됐다"면서 "상위 건설사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규모 알짜 사업지를 공략한 결과가 수주액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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