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그룹)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그룹)

포스코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산 재편에 나섰다. 장인화 회장은 2024년 취임 직후 126개에 달하는 비핵심·저수익 자산을 선별해 정리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리밸런싱하고, 철강을 넘어 2차전지·친환경에너지·소재 중심의 미래사업 체제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이에 '장인화式 구조조정'을 자세히 살펴봤다. /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서종열·김완일 기자] 포스코그룹의 고강도 구조조정 바람이 마침내 '철강 본업'에도 닿았다. 범용제품 위주의 대량생산 체제를 일부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정밀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이 포항·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생산능력 확대'보다 '제품 믹스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과거 포스코는 열연·후판·봉형강 등 범용 철강 제품에서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 그리고 탄소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자, 포스코는 철강 사업의 근간을 다시 짜는 대수술에 나섰다.

◇ 범용 철강 라인 통폐합···물량 보다 수익 =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광양제철소에서는 최근 열연·봉형강 생산 라인 일부를 통합하고, 연간 생산능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설비 효율화 작업에 돌입했다. 포항제철소 또한 조선·건축용 강재 중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포스코 내 범용 강재 단가가 톤(t)당 100달러 이상 하락하면서 고정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무조건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손실을 키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범용 열연·후판 부문의 원가율이 급상승하자, 일부 설비의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추고 대신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을 병행하고 있다.

포스코 고망간강 (사진=포스코그룹)
포스코 고망간강 (사진=포스코그룹)

◇ 고부가 전기강판·고망간강 중심의 '정밀화 전략' = 포스코는 이와 함께 전기차 시장 확대와 수소 산업 성장에 발맞춰 △전기강판 △고망간강 △수소환원용 강재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무방향성 전기강판(NO, Non-Oriented Electrical Steel) 생산 확대다. 전기차 구동모터용 강재로 쓰이는 전기강판은 톤(t)당 단가가 일반 열연강보다 2~3배 높고, 탄소배출량도 적은 친환경 소재다. 포스코는 전기강판 생산능력을 2021년 100만t에서 2026년까지 200만t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해양·극저온용 강재 시장을 겨냥한 고망간강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망간강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수소저장 장치 등 신에너지 분야의 핵심 소재로 부상하고 있으며, 포스코는 이미 독자 기술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과거에는 생산 규모 확대가 수익성의 전제였다면, 이제는 동일 설비에서 단가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수익성 제고의 핵심"이라며 "설비 개보수와 품질 고도화를 통해 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인력 구조조정 아닌 '재배치'···기술 중심 인력 육성 강화 = 이번 철강 부문 구조조정은 단순한 라인 축소나 가동률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포스코는 인력 운영 측면에서도 △재배치 △기술 교육 확대 △스마트팩토리 전환 중심의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예컨대 열연 생산 인력이 고부가 전기강판 라인으로 전환 배치되거나, 디지털 품질관리 직무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2024년부터 연간 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AI·디지털 기반 품질관리 역량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장인화 회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현장의 기술인력이야말로 포스코의 경쟁력"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 감축보다 기술 중심 인재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철강도 리셋해야 생존"···미래소재기업 전환 신호탄 = 이번 철강 부문 개편은 포스코가 기존의 '철강 중심 제조업'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그룹'으로 탈바꿈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장 회장 체제 이후 포스코는 철강·에너지·소재·인프라 4개 핵심사업군으로 구조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각 부문별 미래성장전략을 내세워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전기차 확대·에너지 전환 등 글로벌 환경 변화는 전통 철강사의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포스코 역시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설비, 제품군, 인력 구조까지 전방위적인 리셋에 나선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제 철강 산업도 '고속 생산'에서 '고속 진화'로 방향을 틀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며 "포스코의 전략은 철강 기업이 신소재 기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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