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산 재편에 나섰다. 장인화 회장은 2024년 취임 직후 126개에 달하는 비핵심·저수익 자산을 선별해 정리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리밸런싱하고, 철강을 넘어 2차전지·친환경에너지·소재 중심의 미래사업 체제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이에 '장인화式 구조조정'을 자세히 살펴봤다. /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서종열·김완일 기자] 장인화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그룹의 구조조정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126개 비핵심 자산을 선별해 정리하는 고강도 수술이 본격화된 지 1년여 만이다. 일부 자산은 매각이 마무리됐고, 상당수는 투자심의와 외부가치평가 절차를 거치고 있다.
장 회장은 구조조정의 최종 목표를 "지주사 중심의 4대 핵심사업 재편"으로 못박았다. 즉,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손실 자산 매각이 아닌, 그룹의 사업 정체성과 자산 구성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하는 리셋 작업인 셈이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철강 △2차전지소재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등 4대 사업군 중심의 정제된 사업 체계로 전환을 완료하고 있다.
◇ '지주사+4대 핵심' 체제 완성···중간지주 전환은 중장기 과제 = 18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지난 2022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철강(포스코) △2차전지소재(포스코퓨처엠) △에너지(포스코에너지·포스코인터내셔널) △인프라(포스코DX·포스코건설)로 4개 사업군을 구축하고 있다.
각 사업군은 자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책임지되, 미래 핵심 투자와 구조조정은 지주사 주도로 일괄 기획하는 방식이다. 장 회장은 "지주사는 단순한 지분 관리 회사가 아니라, 전략 투자와 자산 리밸런싱을 조율하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일각에서는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일부 사업군을 중간지주사로 분리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소재·에너지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포스코홀딩스 단일 지주 구조의 효율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 철강은 '슬림화', 소재는 '점프' =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각 사업군의 역할도 명확해졌다. 철강 부문은 '안정적 수익 창출원'으로서 고부가 정밀제품 중심으로 슬림화하고, 수소환원제철·전기강판 등 고부가·친환경 영역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 중이다.
반면 2차전지소재는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달성을 목표로 양극재·음극재·리튬·니켈 등 밸류체인을 일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가 확보한 유동 자산 상당수도 이 부문에 재투입됐다.
에너지 부문도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탄소배출이 높은 석탄·가스 위주의 자산을 정리하고, 수소·재생에너지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 중이다. 포스코에너지는 LNG터미널을 중심으로 수소·암모니아 인프라 전환을 추진한다.
인프라 부문은 과거 저수익 사업의 대표 격이었지만, 최근 AI, DX(디지털전환), 스마트팩토리 중심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DX는 포스코그룹은 물론 외부 클라이언트 대상 스마트 제조 솔루션 공급 확대에 주력 중이다.
◇ 구조조정 자금, '기후기술'과 '친환경소재'로 간다 = 포스코는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약 2조원 이상의 유동 자산을 '미래 투자 재원'으로 보고 있다. 이 자금은 수익률 높은 사업으로의 순환 투자를 전제로 하며, ESG 친화적 영역에 우선 배정된다.
대표적인 투자 분야는 △호주 리튬 광산 확보(페룰라) △아르헨티나 염호 기반 리튬 생산 △국내·미국 양극재 공장 설립 △수소환원제철 실증라인 구축 등이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친환경 투자에만 누적 42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철강의 '탈탄소화', 소재의 '탈중국화', 에너지의 '탈화석연료화'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자산 리셋 전략과 맞닿아 있다.
◇ "철강회사가 아니다"···장인화式 포스코는 '변신 중' = 장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포스코는 더 이상 철강회사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철강은 우리의 뿌리이지만, 미래는 소재와 기술, 에너지에 있다"며 "그룹 정체성을 전환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역설한다.
그는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이 단기 실적 방어가 아닌, 10년 뒤 포스코의 생존을 위한 '생태계 정리'라고 정의한다. 단순히 정리하는 게 아니라, 버릴 것과 살릴 것을 명확히 가르는 방식이다.
포스코의 구조조정은 단기 성과만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중장기 전략이다. 수많은 구조조정이 사람을 줄이고 부서를 없애는 방식에 그쳤던 것과 달리, 포스코는 '미래에 대비하는 리밸런싱'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