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본사 전경 (사진=포스코그룹)
포스코 본사 전경 (사진=포스코그룹)

포스코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산 재편에 나섰다. 장인화 회장은 2024년 취임 직후 126개에 달하는 비핵심·저수익 자산을 선별해 정리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리밸런싱하고, 철강을 넘어 2차전지·친환경에너지·소재 중심의 미래사업 체제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이에 '장인화式 구조조정'을 자세히 살펴봤다. /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서종열·김완일 기자] 포스코그룹이 28년간 운영해온 해외 첫 일관제철소 '포스코 장가항 스테인리스 스틸(PZSS)'의 경영권을 중국 청산홀딩그룹에 매각하기로 지난 10일 결정했다. 철강업계에선 이번 매각이 단순한 사업 철수가 아닌, 장인화 회장이 추진하는 126개 비핵심자산 구조조정의 서막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997년 설립된 PZSS는 포스코의 첫 글로벌 철강 생산기지이자, 당시 기준으로는 '해외 성공 모델'로 꼽히던 상징적 자산이다. 그러나 스테인리스 시장의 공급 과잉과 중국 내 경쟁 심화에 밀려 최근 3년간 적자가 누적되며 더 이상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기능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포스코 장가항 스테인리스 스틸 (사진=포스코 차이나 홈페이지)
포스코 장가항 스테인리스 스틸 (사진=포스코 차이나 홈페이지)

◇ 3700억원 적자에 가동률 60%···中청산강철에 경영권 넘겨 = PZSS는 중국 장쑤성 장가항시에 위치한 연산 110만톤(t) 규모의 일관제철소다. 포스코홀딩스(58.6%)와 포스코차이나(23.9%) 등 포스코그룹이 82%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과거엔 중국 내 고급 스테인리스 수요에 맞춰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청산강철을 비롯한 중국 민영 철강사들이 저가 공세에 나서며 경쟁력이 약화됐다. 특히 2017년 청산강철이 인도네시아에 연 30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공장을 가동한 이후, PZSS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가동률과 수익성 모두 급격히 하락했다.

실제 PZSS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누적 순손실 377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조2000억원에서 3조원 초반까지 급감했으며, 공장 가동률도 2022년 89.9%에서 2024년 69.8%까지 떨어졌다. 올해 1분기 기준 가동률은 62.5%로, 절반 이상 설비가 놀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포스코는 PZSS 지분 전량을 청산강철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금은 약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포스코홀딩스의 장부가(2838억원)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 구조조정 1호 매각···'실패' 아닌 전략적 후퇴 = PZSS 매각은 포스코그룹의 구조조정 대상 126개 자산 가운데 사실상 두번째 실행 사례다. 비핵심자산이지만 상징성이 큰 해외 자회사를 정리한 것은 향후 구조조정 대상 자산에 대한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실제 장인화 회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전반의 자산 효율화를 강조하며, 2조100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2024년 1분기까지 40% 이상 진행됐으며, 남은 자산 정리 역시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결국 중국 시장에서 백기를 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철강업체 관계자들은 이번 매각을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했다. 글로벌 철강시장이 탈탄소·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생산량 확대 대신 질적 전환을 우선하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PZSS는 경영권 매각 이후에도 일정 기간 기술협력이나 공급계약 유지 가능성이 열려 있어, 단절이 아닌 '유연한 전환'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 매각 리스트에 '해외 자원·에너지 자산'도 포함 될까 = 철강업계 및 재계의 관심은 PZSS 매각 이후, 포스코의 행보다. 포스코그룹이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매각 예상 자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력 후보는 △일본제철 지분(약 5000억원 규모) △호주 니켈광산 등이 거론된다. 특히 ESG 경영 강화에 따라 석탄 및 자원개발 자산은 빠른 시일 내 매각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손실이 누적되고 경쟁력이 회복되기 어려운 자산은 조기 매각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대응”이라며 “이번 결정은 단순한 철수가 아니라 미래전략 재편의 일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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