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세제 정책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하반기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룹은 충격 완화를 위해 현지 생산 확대, 유통망 고도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147조5420억원, 영업이익은 10.1% 감소한 13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업체별로는 현대차 매출이 5.6% 늘어난 90조5069억원, 기아는 6.1% 증가한 57조354억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현대차가 7.3% 줄어든 7조2628억원, 기아는 13.2% 감소한 6조1372억원으로 관측된다.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품목 관세 부과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4월부터 해당 관세가 적용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원가부담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업계는 이러한 부담이 8월 상호 관세 추가 부과, 9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조기 종료 등 복합적 리스크와 맞물리며, 하반기 수익성에 큰 압박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대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와 유통망 고도화 등을 추진 중이다. 우선 조지아주에 위치한 신공장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며, 관세 회피 및 공급 안정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생산을 총괄하는 신설 직책 최고생산책임자(CMO)에 크리스 수삭 전 앨라배마공장(HMMA) 사장을 임명하고,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유통 부문에서는 딜러 네트워크 재정비를 통한 소비자 접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딜러 네트워크의 50% 이상을 새단장했으며, 이를 연말까지 60%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랜디 파커 현대차북미법인 사장은 "노후화된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브랜드 정체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역량을 한층 끌어올려 성장 모멘텀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전용 매장 확충을 통해 판매 물량 확대를 꾀하고 있다. 테드로스 멩기스테 제네시스북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 전용 매장은 68개"라며 "향후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추가 개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 맞춤형 컨시어지 서비스와 브랜드 경험 중심 전시 공간 확보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딜러 네트워크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 측은 "이 같은 유통 전략은 소비자 접점 확대와 브랜드 경험 강화를 넘어,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믹스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수익성 방어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관세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생산과 유통 전략을 선제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정책 환경이 워낙 유동적인 만큼 지금의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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