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SK오션플랜트의 경영권 매각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명확한 방향을 못 잡고 있다. 대주주인 SK에코플랜트는 2대 주주인 창업자들의 지분을 함께 팔고자 하나, 이들과 기업 가치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까닭이다. 여기에 해상풍력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힘입어 SK오션플랜트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은 매각 과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내년 7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사업구조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산업 서포트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반도체 관련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왔으며, 이 같은 체질 개선을 위해 SK오션플랜트를 포함한 환경 및 에너지 사업 자회사들의 빠른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SK오션플랜트의 전신인 삼강엠앤티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 삼강엠앤티 오너였던 송무석 대표와 송정석 삼강금속 회장 형제의 주식 166만주를 500억원에 매입하고 292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도 인수했다. 이후 1169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도 인수한 바 있다. 현재 SK에코플랜트가 대주주이긴 하나 송 전 대표 형제의 지분도 적지 않아 이들과의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게 매각의 우선 과제로 꼽힌다.
◇ 2대 주주와의 이견 및 권리의 부재 = SK오션플랜트 매각이 난항을 겪는 주요 원인은 2대 주주와의 '눈높이 차이'와 '권리 부재'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SK에코플랜트는 37.6%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고, SK오션플랜트의 전신인 삼강엠앤티 창업자 송무석 전 대표 일가는 20.73%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SK에코플랜트는 지배력 확보를 위해 2대 주주의 지분까지 함께 묶어 약 5000억원 안팎에 매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대 주주 측은 2021년 이미 경영권을 매각해 현금화했기 때문에 지분을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 이에 더해 지분에 대한 높은 가격을 요구하며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SK에코플랜트와 2대 주주 사이에는 동반매각요구권이나 동반매각참여권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에코플랜트가 2대 주주의 지분을 강제 통매각할 권한이 없기에 이에 따라 SK에코플랜트 지분만 단독으로 매각할 경우 지분율이 30%대에 불과하다. 이는 인수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며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기업가치의 상승, 실적 개선과 정책 수혜 = 이러한 난항 속에서 SK오션플랜트는 '몸값'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올해 1분기 매출 2571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 23%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해상풍력 매출 성장에 따라 마진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또한,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시장 진출 선언은 사업 다각화와 중장기적인 매출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정책의 긍정적 영향도 크다. 새 정부가 해상풍력 사업 확대를 추진하며, 국내 해상풍력 사업 추진 시 국내 공급망 사용 의무화 및 내년 시행 예정인 관련 특별법 등이 SK오션플랜트의 사업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 수혜는 SK오션플랜트의 몸값을 5000억원대보다 더 높게 책정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업계는 해상풍력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들이 밸류체인 강화 및 사업 시너지를 위해 SK오션플랜트의 전략적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SK오션플랜트의 매각 절차는 현재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현재 실적과 성장성은 SK에코플랜트의 IPO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향후 정책 수혜와 국내외 해상풍력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사모펀드를 비롯한 전략적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매각시장에 나온 SK오션플랜트에도 투자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며 "국내외 해상풍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다, 새 어부가 해상풍력 사업 확대를 공식화한 만큼 사모펀드를 비롯해 다른 해상풍력 기업의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인수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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