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자 맞춤형 안전벨트(왼쪽)과 분해도 (사진=볼보)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스웨덴 완성차 제조사 볼보가 탑승자 맞춤형 안전벨트와 인공지능(AI) 기반 시뮬레이션을 도입하며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향후 출시될 신차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이들 신기술은 '안전은 곧 볼보'라는 제조사 철학을 다시금 각인시키는 동시에,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확대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볼보는 최근 차량 내외부 센서를 활용해 탑승자의 신체 조건과 사고 유형을 실시간 분석해 벨트 작동 강도를 자동 조절하는 탑승자 맞춤형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기존 3점식 안전벨트가 단일 하중 제한값만 제공했던 것과 달리, 이번 신기술은 11단계로 세분화된 하중 제어를 통해 사고 유형과 체형에 따른 정밀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안전 기술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체격이 큰 탑승자가 고속 충돌 상황에 처할 경우 강한 하중을 적용해 머리 손상을 줄이고, 반대로 체격이 작은 탑승자에게는 갈비뼈 골절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벨트를 보다 부드럽게 잡아준다. 이는 단순 기계 작동을 넘어,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반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차량 내 중앙 컴퓨팅 시스템이 사고 발생 시 수많은 데이터를 순간적으로 분석해, 사고 방향과 속도, 충돌 대상은 물론 탑승자 수, 좌석 위치, 체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의 보호 조치를 실행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이 시스템은 무선소프트웨어업데이트(OTA)를 통해 지속 고도화되며, 새로운 사고 유형이나 다양한 체형 데이터를 학습하며 정밀도를 끌어올린다.

볼보는 이러한 차세대 안전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AI 기반 가상 시뮬레이션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해상도 가상 장면 생성 연산 기술을 활용해 3차원 가상 환경을 구성하고, 급제동·급조향 등 다양한 상황을 수천 가지 버전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했다. 알윈 바케네스 볼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총괄은 "과거 수개월이 소요됐던 소프트웨어 검증이, 이 기술을 통해 이제는 며칠 만에 가능해졌다"며 "수백만 개에 달하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나의 상황을 여러 시나리오로 확장해 학습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가능케 하는 배경에는 AI 전문 조직 및 기술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업이 있다. 볼보는 자회사이자 AI 전문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젠스액트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스웨덴 정부 지원 프로그램 WASP(Wallenberg AI, Autonomous Systems and Software Program)와도 협력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AI 가속 컴퓨팅 기술을 플랫폼에 적용하고, 이를 뒷받침할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바케네스 총괄은 "차량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안전 알고리즘을 고속으로 학습·고도화하는 데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볼보는 1970년대부터 데이터를 안전 기술 개발에 적극 활용해왔다. 당시에는 사고 현장에 연구원이 직접 출동해 줄자로 스키드마크를 측정하고, 차량 파손 부위를 분석하며 데이터를 수집했다. 현장 중심의 기록 축적은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SIPS) 도입 등 ADAS 발전의 기반이 됐고, 오늘날에는 탑승자 보호 기술 강화에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사 하글룬 볼보 세이프티 센터 책임자는 "볼보는 과거서부터 안전 기준을 만들어왔다"며 "탑승자 맞춤형 안전벨트와 AI 기반 시뮬레이션은 볼보가 그리는 미래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사고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술로 차량 안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