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가 창간한 해 2002년 재계 역시 분주했다. 서울파이낸스가 첫 발을 준비하는 그 시간, 재계 오너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당시 재계 오너들의 모습을 연재물을 통해 되돌아본다. 미래는 과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1968년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02년 당시 35살이었다. 이 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나 당시 경영 참여보다 학업을 마치는데 집중했다. 1992년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에는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어 2000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이 회장은 곧장 삼성으로 복귀해 경영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 회장에게 2002년은 첫 번째 실패를 맛 본 '절치부심'의 해였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 회장은 이즈음에 '성공의 어머니'를 만난 셈이다. 당시 이 회장은 IT·벤처붐을 타고 e삼성을 야심차게 선보였으나 1년여만에 실패했다. IT·벤처사업 투자를 목표로 한 e삼성은 국내 투자를 담당한 e삼성과 해외 투자를 맡은 e삼성인터내셔널로 이뤄져있었다. 이 회장은 당시 직접 지분 60%를 보유한 대주주로 출자했다.
야심차게 뛰어든 이 사업은 이 회장의 첫 실패로 기록됐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닷컴 버블'까지 꺼지면서 e삼성은 173억원의 적자를 내고 제일기획과 삼성SDS, 삼성SDI, 에버랜드 등에 넘어가게 된다.
실패 이후 이 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선대 회장에게 다시 경영수업을 받게 된다. 이 회장은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재직하면서 2002년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의 이사를 맡는다. 이건희장학재단은 2002년 설립해 2015년까지 1400여명의 글로벌 인재를 육성했다. 그러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장학재단 사업은 종료하게 됐다. 다만 삼성은 이후에도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등을 진행하며 미래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e삼성의 실패는 이 회장에게 여러모로 뼈 아팠다. 이때 이 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사이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장과 경영전략 담당으로 입사했다. 호텔신라는 이 사장 입사 이듬해인 2002년 매출 4157억원에서 2009년 1조2132억원으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사장은 2010년 호텔신라 사장으로 승진하게 된다. 같은 시기에 이 회장도 사장으로 승진했으나 이 회장은 입사 후 사장 승진까지 19년이 걸린 반면 동생 이 사장은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한 후 사장 승진까지 15년이 걸렸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도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보다 이부진 사장의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의견이 있다.
2002년이 이 회장에게는 실패의 쓴맛이었지만, 삼성전자에게는 '승승장구'의 해였다. 2002년은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한 지 9년째에 접어든 해다. 과감한 체질개선과 변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가전, 휴대폰 등 사업 전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2000년 처음으로 국내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다.
반도체 사업에서는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합작제안을 거절하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돌입해 2002년에 2G 제품도 개발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가전과 휴대폰도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며 승승장구했다. 삼성전자에게 2000년대는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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